경찰이 고(故) 백남기(69) 농민의 시신 부검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 강제집행을 시도하자 백남기투쟁본부 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23일 “이날 오전 10시 부검영장을 강제집행한다”고 백남기 투쟁본부 측에 통보했다. 이어 오전 10시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형사들을 대동하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경찰이 지난달 28일 발부받은 부검영장의 집행 시한은 오는 25일까지로 집행 시한 종료 이틀을 앞두고 강제집행에 전격 나섰다.
투쟁본부 측은 “부검 강제집행은 시신탈취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투쟁본부 관계자와 시민들은 몸에 쇠사슬을 이어 묶어 경찰의 진입을 막고, 영안실로 가는 길목에는 장례식장 내부 집기를 쌓아 장애물을 설치했다.
투쟁본부 측의 저항이 거세자 경찰은 일단 진입을 중단해 현재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장례식장 주변에 경비병력 800명을 배치했다.
야당 의원들이 양측 간 협의를 위해 중재에 나섰으나 협의 장소에 관한 의견이 엇갈려 아직 협의는 시작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장례식장 건물 안에서 협의하자는 입장이나 투쟁본부 측은 외부에서 협의를 진행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진 후 숨진 백씨는 23일 이날로 서울대병원에서 사망한 지 29일째로 접어들었다. 경찰은 백씨의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며 검찰을 통해 부검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부검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재청구 끝에 지난달 28일 유족 측이 요구하는 의료진 참여, 부검 과정 촬영 등 조건이 붙은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후 경찰은 6차례에 걸쳐 유족과 투쟁본부에 부검 관련 협의를 요청했으나 유족과 투쟁본부는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는 할 수 없다”며 거부해 왔다.
/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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