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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말레이시아 접촉…외교부 "민간차원 의미없는 대화"

"韓·美 강력한 제재 지속" 강조

일부선 "北·美 대화 대비" 지적

미국과 북한의 비공개 접촉이 진행 중인 지난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장일훈(오른쪽) 북한 유엔주재 차석대사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가 각각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지난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북한 현직 인사들과 전직 미국 관료들 간 비공식 접촉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의미 없는 대화라고 평가절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미국 정부는 이번 협의가 민간 차원의 ‘트랙2’ 대화로 미 정부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면서 이례적으로 미국 측 입장을 신속하게 전했다. 북미 간 말레이시아 접촉을 계기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는 대북 협상론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 당국자는 이어 “미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전무한 상황에서 성급히 대화 거론시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할 뿐이라는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아래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반응에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는 정책이 제재에 맞춰져 있으니 트랙2(민간접촉)에 의한 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 참여 인사를 볼 때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대화에는 1994년 북미 제네바협의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리치 전 북핵특사와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당시 미국의 대북협상 특사를 맡았던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가 참여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갈루치 전 특사는 20여년 전에 일했던 인사며 디트라니는 조지 부시 행정부 때 일했던 사람”이라며 “현재 혹은 차기 행정부 대북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미 오래전에 미국 정부를 떠난 ‘올드보이’ 들이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도 다음 달 미국의 대선 이후 출범하는 차기 행정부를 염두에 두고 북한이 미국 측의 여론을 탐색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태도변화는 보이지 않은 채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하려는 차원으로 해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접촉으로 북미 간 대화가 물꼬를 트는 건 아닐 것”이라면서도 “북한은 미국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미국은 현재 북한의 대화 태도를 가늠할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 차기정부 출범시 우리 정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북미 간 대화의 장이 펼쳐질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내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전쟁까지 감수해야 하는 현실적 제약이 따르는 만큼 실전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평가되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막판 제동을 걸기 위한 전격 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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