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고의적인 기업범죄로 사람이 숨진 경우 피해자에게 최대 9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또 대형 재난사고는 최대 6억원, 교통사고·명예훼손은 최대 각 3억원까지 배상하게 된다.
대법원은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한 위자료 산정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7월 진행한 2016년 전국 민사법관 포럼에서 주요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를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한다는 논의를 한 후 세부 내용을 보완하고 확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
법원은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비나 일실수입 등 드러나거나 예상되는 재산 손해 외에 위자료 형태로 피해자가 있는 손해를 보전하고 있다. 위자료는 법에서 따로 규모 등을 규정하지 않고 민사재판 과정에서 판례를 통해 기준이 만들어진다. 법원은 지난해 1억원까지 위자료 상한을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현실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으로 이번에 사고의 종류와 형태, 가해자 신분 등을 고려해 위자료 기준액을 확정했다.
법원은 우선 불법행위 유형을 일반교통사고와 대형 재난사고, 소비자·일반시민에 대한 영리적 불법행위, 인격권 침해행위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유형별 기준금액에서 가중사유가 있으면 위자료를 2배 높이고 여기에 법원이 사유를 고려해 50% 범위까지 다시 높이거나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 등 사업자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유통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로 다수의 소비자가 사망할 경우 3억원이 기준이 되는데 기업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거나 영리행위로 인한 이익규모가 현저히 큰 경우에는 기준액이 2배인 6억원이 된다. 여기에 추가 증액사유가 있으면 50%인 3억원을 더 붙여 9억원까지 물릴 수 있는 구조다. 사망 일반교통사고는 1억원 기준에 술이나 마약에 취한 상태였다면 2억원으로 기준이 올라간다. 건물이 무너지는 등 대형 재난 사망사고 기준은 2억원으로 고의가 있거나 부실 설계 등에 따른 재난이라면 기준 금액이 4억원이 된다. 명예훼손 위자료도 기준 금액 1억원으로 대폭 올랐다. 이 같은 기준은 교통사고를 제외하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모든 사건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이 같은 기준으로 위자료를 물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은 2012년부터 민사소송을 냈으며 아직 판결이 내려진 경우는 없다. 이는 현재의 낮은 위자료로 인해 법원에서 피해자들을 위해 판결보다 조정을 유도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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