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하는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의 모금액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선거위원회(FEC)에 신고된 자료를 종합해 클린턴을 후원하는 슈퍼 팩 10여 개는 10월 초까지 모두 2억 달러(약 2,182억 원)를 모금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슈퍼 팩은 5월 이후에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라디오 등의 광고비로 1억1,000만 달러를 사용하며 클린턴의 유세를 간접 지원한 바 있다.
슈퍼팩은 6년 전부터 합법화된 민간 정치자금 후원 단체로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과 협력하지 않은 채 외곽에서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부금 상한에 상관없이 무한정 기부할 수 있어 거액 자산가나 노동조합, 기업 등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클린턴을 지지하는 슈퍼 팩 중에서는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Priorities USA)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설립 5년째 된 이 단체는 선거일까지 1억7,300만 달러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에 기부한 이들 가운데 유명인사로는 헤지펀드 투자자인 도널드 서스먼(1,900만 달러),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1,350만 달러) 등이 있다.
반면 트럼프 후보를 위해 꾸려진 슈퍼 팩은 5개 안팎으로 모금액은 클린턴의 절반에 못 미치는 상태다. 트럼프와 가까운 사람들이 운영하는 단체가 4,600만 달러를 모았으며, 전미 총기협회는 2,000만 달러를 트럼프 지지 슈퍼 팩에 기부했다. 클린턴 후보 비방 광고를 내보내는 ‘퓨쳐 45’는 1,300만 달러를 모았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거액 기부자로는 카지노 대부인 셀던 아델슨(1,000만 달러), 홈디포 공동 창업자 버나드 마르커스(700만 달러) 등이 있다.
NYT는 예상과 달리 클린턴의 슈퍼 팩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면서 클린턴이 민주당 거액 기부자들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데다 4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출마 때와 달리 클린턴 측근들이 슈퍼 팩 활용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또 트럼프가 고오하당 핵심 인사들과 마찰을 빚으며 자당 거액 기부자들을 비난한 것도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모금액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슈퍼 팩에 100만 달러 이상을 낸 기부자는 56명이며 이들이 낸 기부금 합계는 2억 달러라고 보도했다. 이 금액 중 83%는 클린턴 지지 슈퍼 팩에, 나머지 17%는 트럼프 지지 슈퍼 팩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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