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스타트업캠퍼스는 초기 설계가 일부 변경되기도 했다. 스타트업캠퍼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세제혜택과 시설지원 덕분에 수많은 정부·지자체 산하기관과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 창업자들이 줄을 섰지만, 원래 건물을 기획할 당시와 수요기업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험·제작공간이 필요한 기업보다 ICT, NT 부문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그만큼 공간 구성에도 변화가 필요했던 것. 이를 위해 연구·실험동 아뜨리움 공간은 실험용 대형장비를 위해 2개 층 규모로 열려있던 공간을 나눠 한 층을 더 늘렸다. 강동우 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소장은 “최초 설계 당시에는 산·학·연 공동연구센터로서 각 공간에 대한 기본 지침은 있었지만, 입주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실제 공사에 들어가면서 다시 수요조사를 해보니 IT·CT 관련 수요가 현저하게 늘어나 한 차례 설계변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용도에 맞는 내부공간 확보도 중요했지만, 인근 자연환경·건물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 역시 과제였다. 스타트업캠퍼스 일대는 건물 앞 도로가 가로가 가로주차공간을 빼면 사실상 왕복 2차선으로 좁은데다, 일대가 서울공항 때문에 8~9층 정도로 건물의 높이 제한이 있다. 이미 좁은 길을 마주하고 커튼월 방식의 푸른 유리 건물이 비슷한 높이로 다닥다닥 늘어서 있어 자칫 답답하기 쉬운 위치였다. 그래서 스타트업 캠퍼스는 전면 삼거리 쪽으로 약간 방향을 틀고 최대한 산에 바짝 붙여서 건물이 들어섰다. 덕분에 이미 들어서 있던 바이오센터 2개 동, 공사 중이던 삼양디스커버리센터 등 건물 사이에 숨통이 트였다.
건물을 정면에서 보면 도심을 향해 광장을 껴안듯, 3개 중심건물을 저층부가 연결하며 배치돼 있다. 스타트업캠퍼스, 인큐베이터라는 기능을 디자인에 반영해 요람과도 부드러운 곡선과 형태를 의도하는 한편, 배후의 산이 조금이라도 보일 수 있게 건물 간격을 넓히고 중앙을 최대한 비웠다. 허용되는 한도까지 높이를 키우면 결국 산을 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광장이나 3층 중앙 휴게공간에서도 산의 경관을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초 설계와 달리 건물 상단의 브릿지 일부가 유리로 닫힌 공간이 되면서 바람길과 조망 모두 아쉬움이 남게 됐다. 초기 설계에 참여했던 윤현석 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 실장은 “산을 바짝 깎고 옹벽으로 둘러친 오리 모양의 땅을 놓고 건물 배치에 대한 고민이 컸다”며 “산세를 가리기가 너무 아까워 3개 건물 간 거리를 최대한 떨어뜨리고 중앙에 연결로를 만들고 공간도 비워 경관을 살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캠퍼스는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측면도 고려한 건물이다. 건물은 설계 본연의 형태 및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건축물 에너지 효율 ‘1++’등급 수준을 충족하고 있다. 또 지열·태양열·태양광발전·자연채광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적용하여 관리비를 절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녹색건축인증, 생활환경 우수등급을 획득했고, 내진 설계로 안전성 확보, 초고속 정보통신 인증, 무중단 전력공급 기술 등이 적용됐다.
특히 연구동 3층 아트리움 정원은 천장의 유리를 통해 자연광이 바로 닿을 수 있고, 여름철 일조량을 조절할 수 있게 블라인드 시설도 갖췄다. 연구동과 컨퍼런스홀 사이 산 쪽에 조성된 인공폭포도 신경을 많이 썼다. 현대적 느낌의 건물과 다른 느낌이지만, 봇들공원과 어우러진 생태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연구동 1층 식당에 들어서면 넓은 창 가득 보이는 게 이 물줄기다. /특별취재팀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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