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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한국건축문화대상]우수상-켜(The layers)

5겹 벽 세워 집 네토막…남북으로 확 트인 공간

전원주택 ‘켜’는 도로가 인접한 서쪽을 향해 5겹의 벽을 세워 사행활 보호를 의도했지만, 일조량과 저수지 조망을 위해 남북축으로는 탁 트인 공간을 제시한다.






일반주거부문 우수상을 받은 ‘켜(The layers)’는 주택 외관에서 그 이름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땅 중앙에 지어진 건물은 도로가 있는 서쪽을 향해 5겹의 벽이 집을 네 토막으로 나눠놓은 모양새다. 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충분히 답답하고 폐쇄적으로 보일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지의 입지를 살펴보면 이 같은 설계에 여러 가지 고려가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인천시 강화군 석모도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주택은 남쪽이 더 높지만 완만한 구릉을 이루고 있고, 서북쪽으로는 고려저수지가 둘러싸고 있다. 건축주는 일조권과 수변 조망을 모두 원했지만, 서쪽에는 공용도로가 있고 집들도 들어설 예정이라 사생활 침해에 대한 고려가 필요했다.



그 결과물이 일종의 차양처럼 동서로 늘어선 벽과 남북으로 확 트인 동선이다. 남쪽에는 과실수와 텃밭으로 꾸몄고, 거실·주방과 연결시켰다. 저수지를 향한 북쪽 정원에는 기존 지형을 살려 적당한 조경으로 저수지를 내다볼 수 있게 했다.

동서 4개로 분할된 공간은 서쪽 도로부터 현관·게스트룸, 주방·식당, 거실, 서재·안방 순으로 이어진다. 외부의 왕래가 빈번한 공적인(public) 공간에서 점점 내밀한(private) 공간이 된다. 남북축이 일조량과 조망을 배려한 탁 트인 공간을 만들었다면, 동서축은 한 ‘켜’를 넘어설 때마다 약간씩 내부 공간과 외부 조경에 변화를 줬다.

또 돌로 건물을 마감해달라는 건축주의 요구에 맞춰 거칠고 단단해 보이는 철평석을 많이 썼다. 금속 틀에 돌을 채워 담장을 만들고, 건물 외벽과 실내 일부 벽도 돌을 얇게 잘라 맞췄다. 설계를 맡은 곽상준 OBBA건축사사무소장은 “오랜 이민 끝에 돌아온 노부부가 편안하고 여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일조·조망을 살리면서도 사생활 보호를 의도했다”며 “4개 공간마다 성격을 달리해 그 속에 은유적으로 고생스런 젊은 시절에서 현재까지를 표현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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