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연설을 20여 분 앞두고 은빛 블라우스에 검정색 투피스 차림으로 국회에 들어섰다. 이원종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등이 대통령을 보좌했고,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 본청 입구까지 나와 박 대통령을 마중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 의장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야 4당 지도부를 비롯해 황교안 국무총리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양승태 대법원장 등과 사전환담을 가진 뒤 연설을 이어갔다.
정 의장은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4년 연속 국회를 방문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국회에 대한 존중과 협력의 뜻을 보여줬다. 의장으로서 감사하다”며 “의원들도 예의와 품격을 갖춰 시정연설을 경청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여당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박수와 환호를 질렀다. 박 대통령은 연단에 선 후 몸을 돌려 정 의장과 악수를 건넸다.
그러나 이날 시정연설 내내 정의당 소속 의원 6명 전원과 과거 통합진보당 소속 무소속 의원 2명은 ‘부검대신 특검!’, ‘비리게이트 규명’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무언의 항의시위를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그런데 비선실세들은?’, ‘편파기소 야당탄압’ 손피켓을 들고 섰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딴 짓을 하며 박 대통령의 연설을 외면하기도 했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의 조응천 의원은 아예 몸을 돌려 앉았다.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대다수 국민의당 의원들도 박수를 치지 않고 박 대통령의 연설을 가만히 들었다. 다만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연설 내내 메모를 하며 박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했다.
박 대통령은 이같은 야당 반응에 아랑곳않고 차분하게 좌우에 착석한 여야 의원들을 모두 둘러보며 자신의 발언을 계속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뒤에도 여야의 반응은 크게 갈렸다.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박 대통령을 배웅했고, 박 대통령 또한 쏟아지는 악수 요구에 일일이 화답하며 장내를 벗어났다.
그러나 비박계 유승민 의원은 침묵을 지키며 박 대통령의 퇴장을 지켜볼 뿐이었다. 손피켓 시위를 진행했던 야당 의원들 또한 박수 대신 손피켓을 더욱 높이 들으며 뜻을 확고히 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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