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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본상-한옥3.0

L자 형태에 마당·대청까지...한옥 기품 고스란히

한옥3.0은 건물이 ‘ㄴ’자로 배치돼 있으며 그 내부에 마당을 품고 있다. 넓은 통유리와 발코니의 유리 난간 등 단순한 디자인 속에서도 다양한 공간 활용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옥 3.0’의 내부 공간은 가족 구성원 각자의 사생활을 보장하는 장소와 ‘대청’으로 표현되는 공용공간의 연속이다. 아이들 방과 안방 사이에는 서재라는 공용 공간이 있으며 서재와 안방 사이에는 또 다른 전이공간인 대청이 배치돼 있다.


한옥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주춧돌과 나무로 만든 대들보, 써가래, 기와로 올린 지붕 등일 것이다. 형태나 건축기법의 특징을 뒤로하더라도 소위 말하는 ‘양옥’과 ‘한옥’의 차이를 우리는 바로 이런 재료의 다름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겉에서 보는 ‘한옥3.0’은 이런 일반적인 구분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있다. 오히려 콘크리트로 된 벽과 통유리로 된 창문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양옥’에 더 가까이 서 있다. 그럼에도 ‘한옥 3.0’을 한옥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한옥 속에 흐르는 공간 개념과 그 배치 형식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옥 3.0’이 건축 작품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은 현대 도심 속 한옥의 기본 형식(프로토 타입)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한옥 3.0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은 바로 건물 내부 공간 사이에 위치한 대청과 마당이라는 존재다. 옛 한옥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대청과 마당은 방과 방 사이, 혹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중간적인 공간이며 다목적의 공간이다.





한옥 3.0은 기본적으로 ‘ㄴ’자 모습을 하고 있으며 건물 사이에 마당을 품고 있다. 옛 한옥이 사랑채와 행랑채 사이에 마당을 두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도로를 접한 건물과 마당 안에 깊숙하게 들어앉아 있는 건물 사이에는 대청을 두고 있다. 이 대청은 이웃과의 교류가 가능한 외부에 개방된 공간으로 기능한다. 2층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과 안방 사이에 가족 모두가 공유하는 서재를 뒀으며 서재와 안방 사이에도 대청을 뒀다. 허진성 유현준건축사사무소장은 “한옥이 무조건 개방적이지는 않다”며 “사생활을 갖춰야 할 곳은 갖추고 그 공간들을 연결하는 공간이 있어야 한옥”이라고 말했다.

한옥 3.0의 마당 역시 이런 ‘열림과 닫힘’이 적절하게 공존하는 공간이다. 전원주택이나 택지지구의 타운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마당은 외부와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이지만 한옥 3.0의 마당은 도로보다 높은 곳에 조성돼 있으면서 나지막한 담벼락이 경계를 형성해 내부와 외부를 명확하게 분리해준다.

한옥 3.0의 또 다른 특징은 사람이 공간을 거쳐 가는 시퀀스(동선)이 옛 한옥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주택의 가장 은밀한 공간인 안방은 공간 배치로 보면 도로와 바로 접한 건물에 설치돼 있지만 이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건물의 모든 공간을 거쳐 가도록 설계돼 있다. 전통적인 한옥의 안채가 마당과 사랑채를 지나 건물 깊숙하게 위치한 것과 같은 이치다. 안채에 가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들의 주된 생활 공간을 의도하지 않더라도 살펴볼 수밖에 없는 옛 한옥의 어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한옥 3.0’은 전체적인 모습은 설계자의 화려한 미사여구와 디자인적 유희를 배제한 채 거주민이 단순한 조형 속에서 풍부한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한 작품이다. 설계자와 건축주 간의 의사 소통과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면서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서도 테라스의 천막이나 옥상의 벽돌길, 2층의 다락방과 같이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건축물을 보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느끼게도 한다. /특별취재팀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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