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미국과의 분리” 발언이 나온 후 급파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미국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러셀 차관보는 이날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문제성 발언이 계속되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경악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필리핀과 중국의 관계 개선이 미국을 희생시켜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필리핀의 동맹관계는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셀 차관보의 발언은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반미’ 행보에 대한 불편함을 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교민간담회 ‘중국·필리핀 포럼’에서 “미국과의 분리를 선언한다”며 “군사·사회·경제 분야 모두 관계를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과 필리핀의 공동성명에서 양국 간 마찰의 문제가 됐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판결 내용이 아예 빠졌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내년에 필리핀을 답방하기로 해 양국 간 밀월 관계가 형성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미국 국무부는 “발언의 진의를 묻겠다”며 러셀 차관보를 필리핀에 급파했다.
러셀 차관보가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또 다시 비판해 미국과 필리핀의 갈등이 더 깊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미국은 ‘마약과의 전쟁’을 포함해 많은 문제에서 필리핀에 도움을 주고 싶지만 인명 손실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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