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1987년 체제’인 현행 헌법의 개정 필요성은 줄곧 제기돼왔다. 박 대통령이 이날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적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고 밝혔듯이 현행 헌법은 도입 취지와 달리 최근 우리 정치의 근본적 결함이라는 지적까지 받아왔다. 실제 박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 6명은 임기 시작과 함께 어김없이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권력 누수 현상과 여당과의 갈등을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개헌절차상 필요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무르익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적대로 사회환경의 변화가 커지면서 개헌안을 의결해야 할 여야 국회의원 대다수가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동의하고 있다. 또 국민 60~70%도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단임제 대통령제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극단적 정쟁과 무한대립의 정치를 개헌을 통해 바꿔야 한다는 데 정치권과 국민 여론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개헌 과정에는 불가피하게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개헌추진 발표 이후 벌써 이원집정부제니 대통령 중임제니 하는 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 자칫 헌법 개정이 50년, 100년 가는 장기적 국가 시스템이 아니라 또 다른 시스템 위기를 파생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치권은 특히 앞으로 펼쳐질 개헌 논의가 산업구조 개혁 관련 동력을 떨어뜨리거나 경제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유념하기 바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