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영혼이 고양이의 몸에 들어가고, 이를 볼 수 있는 사람이 고양이와 주인의 작별을 도와준다는 독특한 소재의 영화가 등장했다. 소재만큼이나 잔잔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주려 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2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영화 ‘어떻게 헤어질까’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조성규 감독과 배우 박규리, 서준영, 이영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헤어질까’는 고양이의 몸에 들어간 인간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비(서준영)이 여행잡지 기자인 이정(박규리), 고양이 ‘얌마’와 가족을 이루고, 이별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은 헤어짐의 안타까움보다 단단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조성규 감독은 “보통 ‘어떻게 헤어질까’ 하면 남녀의 헤어짐을 먼저 이야기하지만, 이 작품은 살면서 겪게될 수밖에 없는 헤어짐에 대처하는 방법을 말한다”며 “작품 안의 이정처럼 이별이 계속되며 조금씩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동물과 달리 고양이와 촬영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조성규 감독은 “고양이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미리 고양이를 우리집에 데려와 익숙해지게 만들었고, ‘컷’ 하면 모두가 ‘고양이 못나가게 막아’ 하면서 고양이부터 챙기기도 했다”며 “고양이 컨디션에 따라 촬영이 스톱되기도 했다. 그래서 ‘인간 배우들’에게 많이 신경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박규리는 “강아지는 길러봤지만 고양이는 어떻게 친해져야 하는지 몰랐다. 시나리오를 받은 뒤 고양이카페에 살다시피 해서 그런지 ‘얌마’가 잘 따라줬다”며 “나보다 서준영이 고생은 많이 했다”고 마이크를 넘겼다.
서준영은 “고양이와 대화를 하는 신에서는 눈높이를 고양이에 맞춰야 할지 이영란(고양이 영혼) 선생님의 눈에 맞춰야 할지 항상 감독님과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며 “만질 때도 그렇고 고양이를 대할 때 엄마뻘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고민이 많았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박규리는 ‘어떻게 헤어질까’로 조성규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다. 전작 ‘두 개의 연애’는 대사가 거의 일본어였기에 한국어 연기를 보고 싶었다는 조성규 감독은 “평소에 밝은 친구인데 이 얼굴에서 슬픔을 뽑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규리는 “지난 작품을 함께하며 아주 즐거웠다. ‘내 안에 이런 모습이 있구나’ 싶었다”며 “그래서 감독님이 작품을 다시 권하셨을 때 흔쾌히 하겠다고 결정했다. 특히 강아지를 키우고 떠나 보내봤던 입장에서 인물에 대한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전작에서 호흡을 맞춘 김재욱과 이번 작품의 서준영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김재욱 오빠는 어른스럽다. 반면 서준영 오빠는 가끔 동생 같았다. ‘파수꾼’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실제 만나보니 다정하면서 순수했다”며 “둘은 극과 극의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고양이의 영혼을 연기한 배우 이영란도 두 청춘남녀의 연기를 극찬했다. 그는 박규리에 대해 “연기 경험이 적은 만큼 신선하고 투명한 면이 있었다.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 흘리는 신에서 나도 함께 울었다”고 칭찬했고, 서준영에 대해서는 “호흡이 따뜻했다. 제자뻘이지만 내가 배울 수 있는 배우였다”고 역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반려동물의 영혼을 통해 사랑과 이별, 그리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어떻게 헤어질까’는 11월 3일 개봉한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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