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직관력 있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 인재입니다. 이력서를 가득 메운 자격증과 스펙이 아닙니다.”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5일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삼덕로에 위치한 안양대에서 열린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을 위한 CEO 초청 특강’에서 “스펙을 벗고 직관이라는 옷을 입으라”며 “또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의 교집합을 찾아서 자신의 목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안양대 아리관 소강당을 가득 채운 학생들의 열정에 힘입어 정 대표는 K팝을 선도하는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의 수장이 생각하는 ‘창의적인 인재’에 대해 유행어와 인터넷 용어 등을 재치 있게 섞어가며 화기애애하게 전달했다.
모든 분야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이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특히나 창의적인 인재들이 모인 곳이다. 창의적인 인재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프로필이나 보여주는 사람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사원을 채용할 때도 천편일률적인 사진과 자기소개서는 과감하게 탈락시킨다고 했다. “요즘에는 면접을 위한 사진·옷차림이 다 정해져 있어서 이력서 사진을 보면 다 비슷해요. 저는 그런 틀에 박힌 사진의 주인공을 뽑지 않아요. 이를테면 손가락을 ‘V’자로 하고 찍은 사진을 낸 지원자를 뽑는 식이에요. 엔터 업계는 틀에 박힌 사람들이 있으면 안 되는 곳이거든요. 대신 자기소개서는 아주 꼼꼼하게 읽어요. ‘어떤 영화, 어떤 음악이 너무 좋았다’ 이런 느낌을 적는 자기소개서가 저희에게는 합격점을 받아요.”
그는 계속해서 직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노래를 들려줬을 때 ‘이 노래는 도입부와 훅이 이래서 좋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닌 ‘설명은 못 하겠는데 그냥 좋다’ 혹은 ‘구리다’라고 직관적으로 느끼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원하는 인재”라고 말했다. 이 대학의 중국어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호불호’가 강한 취향을 가진 이가 ‘좋다, 구리다’라고 느낄 경우 대중적 사랑을 받기는 힘든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그는 소속 아티스트인 ‘원더걸스’의 ‘와이소론리(Why So Lonely)’가 히트한 예를 들었다. “걸그룹이 기타를 들고 레게 음악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의 강한 취향과 직관에서 나온 거예요. ‘원더걸스’의 ‘와이소론리’는 올해 3·4분기 가온차트 1위를 차지했어요.”
그러나 직관과 용기만으로 꿈을 이룰 수는 없는 법이다. 꿈에 대한 끈질김, 그리고 부단한 노력 또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대표 또한 지난 1981년 LP판을 처음 산 후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에 빠지면서 한순간도 이 둘과 멀어져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대학 다닐 때 집과 학교가 너무 멀어서 집에 있을 때는 ‘자체 휴강’을 하고 학교에서 술 마시고 늦으면 집에 안 가는 날도 많았다”면서 “그런 순간에도 저는 음악과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K팝이 어떻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됐고 왜 유럽과 남미 등에서도 인기가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정 대표는 “캐스팅·연습·프로듀싱·매니지먼트·홍보 등이 한 기획사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공연예술학과 1학년 서찬용씨는 “서양인들이 K팝을 좋아하는 건 알았는데 그중에서 ‘칼군무’에 열광하는지는 몰랐다”며 “또 K팝 가수 육성 시스템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체계적이라는 사실도 놀랍다”고 말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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