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오후 5시경, 10톤 견인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한 2살 민건이가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사고발생 11시간 만에 민건이는 결국 수원의 한 권역외상센터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인은 골반 골절로 인한 과다 출혈이었다.
사고 직후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된 민건이는 엄마에게 “다리가 아프다, 목이 마르다”라고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의식이 선명했다. 그러나 수술할 의사들이 없다는 이유로, 전북대병원 응급실 당직 전공의가 두 시간에 걸쳐 12곳의 병원에 전원을 요청하는 동안 민건이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돼 심정지까지 왔다.
당시 전북대병원이 전원을 요청한 12곳의 병원 중에는 민건이와 같은 중증외상환자를 담당하도록 설립된 권역외상센터가 4곳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그 중 전남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당시 민건이의 상태가 중증으로 판단되지 않았고, 혈관이나 신경의 미세접합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며 민건이의 전원을 거절했다. 결국 민건이는 8시간이 지나서야 수원의 한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졌고,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
이 외에도 지난 5월에는 오토바이 사고로 전남대병원에 이송된 환자가 하급 기관인 서울의 한 접합 전문 병원으로 전원되기도 했었다. 환자는 전남대병원이 전원시킨 서울의 병원에서는 아무런 처치도 받지 못 한 채, 다시 서울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결국 수술하기까지 16시간이 흘렀고 환자는 한 쪽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365일 24시간 중증외상환자의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립된 권역외상센터는 현재 15곳이 선정돼 이중 9곳이 정식 개소했다. 지원된 국비는 총 2700여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수술실이 없다는 이유로 전원하거나, 하급 병원에서 권역외상센터를 찾았던 중증 환자를 다시 해당 하급 병원으로 재전원하는 등 부당한 전원을 당한 환자가 85명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골든타임을 외면하는 권역외상센터의 실태를 고발하는 MBC ‘PD수첩’은 25일(화) 밤 11시 45분에 방송된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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