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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트럼프, 민심 조사보다 홍보 모자에 돈 더 썼다"

자신의 홍보모자를 쓰고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민심을 살피기 위한 여론조사보다 홍보를 위한 모자 제작에 더 많은 돈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자료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선거캠프가 2015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트럼프를 알리는 모자와 셔츠 등을 만드는데 모두 1,530만 달러(약 174억 2,000만 원)를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의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와 트럼프 이름 등이 적힌 모자 제작에는 320만 달러(36억 4,000만 원)가 들었다. 홍보 모자의 제작 비용은 트럼프 캠프가 같은 기간 여론조사를 하는데 쓴 돈(180만 달러·20억 5,000만 원)보다 140만 달러(15억 9,000만 원) 많았다. 트럼프가 홍보 모자나 셔츠를 위해 들인 돈은 현장 자문과 유권자 목록작성 등 민심 파악을 위해 들인 총액보다 많았다고 WP는 설명했다.

여론조사를 위해 돈을 들인 기간도 최근 두 달(8∼9월)에 불과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켈리엔 콘웨이가 지난 8월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에 오른 이후 나타난 변화였다. WP는 “콘웨이는 캠프가 전통적인 선거운동을 한다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공화당 경선 때는 트럼프의 명성에 기댄 홍보 모자가 ‘핫 아이템’이 돼 당의 대선 티켓을 거머쥐게 하는 데 도움을 줬을지 모르지만, 민주당 경쟁자와 맞붙는 본선 무대에선 홍보 선전도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WP는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의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핼러윈(10월 31일)을 앞두고 트럼프 모자를 ‘조롱 도구’로 이용했다. 클린턴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선거 구호가 적힌 은박지 모자 사진을 올리고 “트럼프의 끊임없는 음모론에 경의를 표하면서 그의 유명한 모자를 멋지게 업그레이드한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은박지로 만든 모자가 세뇌를 당하지 않거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쓴다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선거 조작을 끊임없이 주장하며 대선 불복을 시사한 트럼프를 겨냥한 트윗 글이었다.

한편 트럼프 캠프가 고액 후원금 모금 행사를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기간 통틀어) 1억 달러(1,138억 원)까지 쓸 수 있다”고 말했다. FEC 신고 명세를 인용해 트럼프 캠프가 지금까지 5,600만 달러(637억 6,000만 원)를 썼다는 진행자의 얘기에 트럼프는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 있다며 “6,100만 달러(694억 5,000만 원)를 지출했다. 나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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