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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 '선봉'·'공화정' 표현에 비난일자 시국선언문 철회

서울대 총학생회가 시국선언문 발표 5시간30분만에 해당 게시글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서울대학교 공식 페이스북 계정 캡처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27일 대학가 시국선언에 합류한지 5시간30분만에 시국선언문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서울대 총학은 전날 오후 10시30분께 ‘주권자의 이름으로, 정권에 퇴진을 명한다’는 성명을 통해 최순실(60)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으나 ‘글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학생들의 비판이 빗발치자 27일 새벽 4시께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선언문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했던 시국선언 기자회견도 취소했다. 특히 “저항의 선봉에 설 것이다”라는 문구에 질타가 쏟아졌다. 앞서 이화여대·서강대·경희대·부산대·건국대 등이 시국선언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봉’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게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 트위터리안은 “서울대, 온 순서대로 줄을 서시오”라며 꼬집었고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시국선언문을 늦게라도 수정한다고 하니 다행한 일이지만, 이 시점에서는 그렇게도 원하는 선봉이나 ‘이끌어갈’ 자리는커녕, 평타 치기도 늦었다. 필진은 꼭 바꾸는 게 좋겠다. 아니면 적어도 퇴고자라도”라고 일침을 가했다.

‘공화정’이라는 단어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서울대 학생은 ‘스누라이프(서울대 학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총학생회는 절대 현재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지 말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공화정이라는 단어가 9번씩이나 등장한다. 의미도 불분명하고 맥락에서 벗어난 단어를 반복하는 것은 전달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어반복의 지옥이고, 의미 없는 현학에 불과하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또 “글에서 아무런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몇 명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그대로 발표되기는 너무 무거운 글이다. 이미 정한 발표 시한을 미루는 것보다, 이미 기사화된 선언문을 번복하는 것보다, 이 조악한 글을 끝내 역사에 남기는 것이 가장 부끄러운 일”이라며 “시국선언문을 재작성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글은 학생들의 큰 공감을 얻으며 27일 오후 2시 기준 455회의 추천을 받았다. 한 학생은 댓글을 통해 “이 글의 전달력과 호소력이 서울대 시국선언문이라고 올라온 글보다 훨씬 강렬하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또 다른 학생은 “집단지성으로 좋은 글이 완성되었으면 좋겠다”며 “적어도 지금 글은 제 페이스북 담벼락에 공유하며 퍼뜨리기에는 좀 부끄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안팎으로 시국선언문에 대한 비판이 일자 서울대 총학은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수정하여 완성도 높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공식 페이스북 계정 캡처




안팎으로 시국선언문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일자 서울대 총학은 “부족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것에 대해 학우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중대한 사안이고 또 중요한 시기이기에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수정하여 완성도 높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또 학생들의 집단지성을 적극 활용할 의향도 있음을 내비쳤다. 서울대 총학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시국선언문의 수정본 초안을 작성하고 계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27일 오늘 19시까지 메일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시국선언문 철회에 반대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학생들이 연대하는 데 의미가 있는 만큼 이미 발표한 선언문을 철회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것이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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