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른바 브렉시트 이후 일각에서 제기했던 영국 경제의 퇴행은 기우에 그쳤다.
영국 통계청은 지난 3·4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5%(예비치) 증가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4분기(0.7% 증가)에 비해선 낮지만, 시장 전망치 평균(0.3% 증가)을 웃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2.3% 증가해 역시 시장 예상치(2.1% 증가)를 웃돌았다.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영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은 강하다. 오늘 발표된 수치는 경제가 회복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경제가 새로운 EU 관계에 조정될 필요는 있겠지만 어려움에 대처하고 기회를 찾는 데 좋은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3·4분기 GDP 수치는 다음 주 열리는 영국은행(BOE) 통화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나올 가능성을 낮춘다고 분석했다. 앞서 통화정책위는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0.25%로 내린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조 그리스 통계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분기별 성장 속도는 조금 둔화했지만, 2015년 이래 대체로 비슷한 속도로 성장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정 직후에 거론됐던 (충격) 효과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제전문가들은 파운드화 약세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과 미약한 임금상승이 소비지출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제 성장 둔화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지출은 최근 영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부문이다. 3·4분기 GDP 성장은 전분기 대비 0.8% 성장한 서비스부문이 이끌었다.
반면 제조업(-1.1%)을 포함하는 산업생산(-0.4%)), 건설(-1.4%), 농업 등 나머지 다른 부문들은 일제히 감소세를 나타냈다.
영국 경제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제조업과 건설 등 나머지 부문은 침체에 빠지면서 브렉시트 결정 여파가 혼재된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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