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점에서 과감하게 두 여성을 앞세운 영화가 등장했다. ‘미씽’이다. 아이를 데리고 사라진 보모를 추적하는 엄마의 5일간에 걸친 이야기에는 그 흔한 로맨스 하나 없다. 남성의 전유물과 같던 추적, 스릴러, 반전 그 어려운 일을 엄지원과 공효진이 해냈다.
27일(목) 오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미씽’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언희 감독과 배우 엄지원, 공효진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씽’은 이혼 후 홀로 생계를 책임지던 워킹맘 지선(엄지원)의 아이를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이 데리고 사라진 뒤, 5일간 그녀를 뒤쫓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지선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가족과 경찰, 주변 사람들의 이상한 증언으로 혼란에 빠지게 되고 결국 한매의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진실과 마주한다.
작품의 부제는 ‘사라진 여자’다. 엄마보다는 여자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캐릭터에 대한 배우들의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언희 감독은 “이전의 영화들과는 다른 연기를 요구했다. 때문에 배우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려 노력했다”며 “두려움으로 시작했지만 얼마 안돼 모두 사라졌다. 마지막에는 너무나 만족스러워 배우들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지금까지 영화와는 다른 연기를 요구하고 싶었다. 그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두려움으로 시작을 했는데 얼마 안 돼서 두려움은 사라졌다. 마지막에는 너무 만족스러워서 배우들에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엄지원은 전작 ‘소원’에 이어 또다시 가슴아픈 엄마로 등장한다. 부담스럽지만 시나리오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그는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었고, 책을 덮고 나서는 깊은 여운을 느꼈다”며 “이 영화를 잘 만들면 앞으로도 여성 중심의 영화들이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소중하지 않은 작품이 어디 있겠냐만은 이런 의미에서 ‘미씽’은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반면 공효진은 러블리한 매력을 툭툭 털어버렸다. 중국인 보모로 등장하는 그는 “그냥 ‘난 중국인입니다’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더운 여름이었는데도 긴 가발을 붙이고, 자연스러운 척박함을 보여주기 위해 속눈썹 연장술과 얼굴에 30개의 점을 찍었다”며 “이름부터 모든게 거짓인 말 못할 사정이 많은 여자”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배우들이 느낀 작품의 흐름은 상반됐다. 엄지원이 딸을 잃어버린 뒤 5일간 감정이 극으로 치닫는다면, 공효진은 몇년전, 한달전, 일주일전 등 시점의 전환이 잦다. 엄지원은 “모든 면에 감정을 쏟아내면 관객이 벅차게 느낄 수 있는 만큼 어떻게 이를 조절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것인가 설계하는 과정이 큰 숙제였다”라고 설명했다.
공효진은 “한매는 시점에 따라 극적으로 다른 상황들을 설명해야 했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감정으로 전달할지 스릴러로 전달할지 고민도 많았다”며 “중국어를 익히는 것도 어려웠지만, 시점에 따라 한국어를 전혀 못할 때, 어느정도 하게 됐을 때 등 레벨을 조절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다”고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엄지원과 공효진은 직접 맞붙는 신이 처음과 마지막밖에 없기에 지방촬영시 방을 같이 쓰며 밤늦은 시간까지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공효진은 “지방촬영에서는 방을 같이 썼는데 피곤함에도 늦게까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방 안에서 요가도 함께하고, 화장품이나 몸에 좋은 제품을 함께 나누는 등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11월에 개봉하는 작품은 공교롭게도 공효진과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조정석의 ‘형’과 맞붙게 됐다. 공효진은 “조정석이 잠도 못자고 촬영하는데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들었다. 걱정되긴 하는데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관객층이 있다고 본다”며 “가을에 어울리는 작품은 ‘미씽’, ‘형’은 조금 여름 느낌이다. 다시 말해 일교차가 심한 만큼 낮에는 ‘형’ 보시고, 추운 밤에는 ‘미씽’을 봐달라”고 전했다.
한편 ‘소원’에서 절정의 감정연기로 눈길을 끌었던 엄지원과 ‘공블리’ 공효진의 변신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영화 ‘미씽’은 11월 개봉 예정이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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