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전 의원의 말은 최고권력 주변 2개의 비선이 서로 경쟁하다 끝내 ‘전쟁’에 나선 것이 이번 일의 본질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두언 전 의원의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은 또 하나의 비선에 대한 추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지금과는 다른 방향을 전개될 수도 있다.
정두언 전 의원이 해당 언론과의 통화에서 한 말은 충격적이다. 그는 “누가 지휘를 하지 않으면 일이 이렇게 진행되기가 쉽지 않다”며 “태블릿PC가 갑자기 기자 손에 들어가고, 이게 너무 작위적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순실 라인을 죽이기 위한 또 다른 비선조직의 ‘기획’에 따라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가 이 기획의 실행 전 과정을 지휘하고 있다고 정두언 전 의원은 본 것이다.
정두언 의원은 이어 “(지휘를 하는 사람이) ○○○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복수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외곽 인사는 정두언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비슷한 스토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원래 하나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둘이라고 말하기도 그런 두 개의 비선조직이 각자 맡은 임무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비선이 박근혜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려 버림을 받은 걸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는 “이후 최순실씨 라인이 비선 업무를 독점하면서 두 비선 사이의 감정이 험악해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세간에는 두 비선조직 각각에 역술인 또는 무속인 조언자가 있다는 소문도 있다. 야당 정치인들이 박 대통령을 비판하며 ‘샤머니즘’ ‘주술(呪術)’ 등을 거론하는 것 또한 이 같은 소문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두언 전 의원도 해당 매체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가) 힘든 시절을 같이 보내서 각별하다는 건 틀린 사실”이라며 “주술적인 것, 샤머니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은 최태민이 무슨 말만 하면 이성을 잃을 정도로 반응을 보였다”며 “최순실이 그 후계자니까…”라고 덧붙였다고 해당 언론은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최순실 라인이 ‘받아치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정두언 전 의원의 시나리오대로 두 비선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면 최순실 쪽에서도 반격 카드를 구상하고 있을 것으로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한편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 편에서 박근혜 후보 검증을 맡았다. 당시 그는 “박근혜와 최태민(최순실씨 부친)의 관계를 낱낱이 밝히면 온 국민이 경악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비선은 당시에도 활동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두언 전 의원은 당시에도 그 존재를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맹준호·임세원·박형윤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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