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TV연설에서 베네수엘라 노동자의 법정 최저임금을 40% 올리는 포고령을 곧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어떤 나라 국민들이 이렇게 임금을 단기간에 올려 받을 수 있겠냐”며 “노동자들이 정부 정책에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날 발표는 마두로 대통령이 올 들어 네 번째로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 조치다. 마두로 대통령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 지난 4월과 5월, 9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25%, 30%, 50%의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이날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안은 대통령 국민소환투표라는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마두로 대통령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WSJ는 그의 이번 결정이 국민소환투표 재개를 촉구하기 위해 28일로 예고된 노동자 총파업과 다음달 3일 열릴 예정인 대규모 시위행진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더 심화하면 그보다 훨씬, 훨씬, 훨씬, 더 훨씬(much, much, much, really much more) 최저임금을 올릴 것”이라며 추가 임금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는 수렁에 빠진 베네수엘라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외면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수도 카라카스에 위치한 컨설팅 회사 이코노메트리카의 앙헬 가르시아 마케팅매니저는 “최저임금을 하루에 40%나 올리는 나라가 세계에 어디 있느냐”며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기업들이 노동자를 해고하고 이는 사업장 폐쇄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마두로 대통령의 실정이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 물가는 날로 치솟고 생필품 부족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네수엘라 물가 상승률이 477%에 달한 뒤 내년에는 1,667%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최저임금을 아무리 올려도 기본적인 식료품조차 구입할 수 없는 수준이다. WSJ는 베네수엘라가 국가경제 파탄으로 생필품은 물론 식료품 수입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마두로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 경제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야권은 여소야대 의회를 기반으로 마두로 대통령 탄핵을 위한 국민소환투표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주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소환 1차 투표 청원 서명에 오류가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절차를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베네수엘라 야권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의를 다시 한번 의결하는 등 반격에 나섰으나 마두로 대통령이 대법원과 선관위를 장악하고 국민소환투표를 막는 데 이용해 탄핵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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