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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항생제 남용에 꿀벌 사라진다

김석진 김석진좋은균연구소 소장





꿀벌들이 집단으로 사라지는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꿀벌 군집 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벌집에 여왕벌과 풍부한 식량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떼들이 이유 없이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미국 농림청 통계에 따르면 미국 양봉업자들이 지난 한 해에만 40% 이상의 벌 군집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벌들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벌꿀을 채집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 이상의 심각한 문제다. 벌들이 꿀을 모으기 위해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옮겨 다니는 과정에서 꽃가루받이 역할을 담당하는데, 이 과정은 꽃이 열매를 맺는 데 필수적이다. 즉 벌이 없어진다는 것은 인류의 식량 보급, 즉 생존과 직결된 아주 심각한 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과학자들은 벌들이 사라지는 이유를 찾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는 못했지만 환경 변화와 더불어 농작물에 사용되는 살충제와 같은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약품들이 주요한 원인일 것이라 보고 있다. 이외에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전자파 증가 등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전자파 원인 가설에 대해서는 언젠가 해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꿀벌은 지구 자기장의 힘을 따라 집을 짓거나 먹이를 찾는데 인간의 수많은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전자파가 이를 방해한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해당 내용에 대해 한 통신회사가 대학 연구팀을 고용해 반박하면서 전자파를 원인으로 지목했던 가설을 모호하게 만들기도 했다.



최근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이유 중 관심 가질 만한 하나가 바로 항생제로 인한 벌들의 장내세균 문제다. 어떻게 벌들이 항생제에 노출될 수 있었을까. 양봉업자들은 벌들이 병들지 않도록 항생제를 설탕물에 섞어서 먹인다. 하지만 설탕물에 들어간 항생제는 벌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장내 유익균을 감소시키고 유익균의 감소는 결국 벌들이 진드기나 바이러스성 질병에 취약해지게 해 벌들의 군집 붕괴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학자들은 벌꿀의 장내세균을 건강하게 바꿔주는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하고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s)와 같은 살충제에 강한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해 벌꿀의 모이에 섞어주는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항생제 남용과 오용의 문제는 인간·가축을 넘어 자연 전체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화·공업화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있듯이 항생제 문제는 의학이 발달하면서 생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지금은 약물이 건강을 지켜줄 것이라는 약물 의존적인 자세를 버리고 건강한 식생활을 되찾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식물이 멸종하고 4년 안에 인류도 사라질 것이다”고 말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경고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김석진 김석진좋은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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