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정국수습책으로 내놓은 책임총리 후보자로 김병준 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이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김 전 장관을 우선순위에 두고 김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을 청와대에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논의단계인 책임총리가 무슨 역할을 맡는지, 실제적인 권한을 가질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정국의 실권을 준다면 검토도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 전 장관은 3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구체적인 제안을 받지 않았다”며 “총리를 한번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덕담을 들었던 게 전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에서부터 지금까지 총리 하마평에 5번 정도 올랐다”며 “구체적인 제안 없이 총리 후보로 거론되면 될 일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새누리당이 우선 추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손 전 고문과 김 전 대표도 동시에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자”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야권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은 국무총리에 대한 열망이 있는 분”이라며 “허수아비 총리가 아닌 국정의 전반을 주도하는 책임총리로서 역할을 준다면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현재 국민의당으로부터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제안받은 상황이지만 총리 제안을 받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이 김 전 장관을 비토한 상황이기 때문에 총리직을 수용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당내 반발을 뒤로한 채 20대 총선 패배 후 김 전 장관을 불러 강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상황에서 김 전 장관을 추천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총리 후보자로 거론되는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는 부정적인 입장에서 박 대통령의 의중 파악에 나선 모습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총리 후보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이날 제안이 왔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은 바뀌지 않아 ‘헬렐레한 총리 한 명 세우고 각료를 몇명 교체하고 마무리하려고 할 것”이라며 “(내가 총리가 되는 것에 대해) 쓸 데 없는 걱정과 상상을 하지 말아달라”고 답했다. 김 전 대표 측은 2012년 대선 이후 새누리당으로부터 토사구팽당했던 것을 예의주시하면서도 김 전 대표의 수용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 전 대표 측은 “김 전 대표가 책임총리에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며 “김 전 대표를 정국수습용으로 이용하려 들지 말고 책임총리로서 경제 민주화, 박 대통령이 약속했던 임기 내 개헌의 실권을 준다면 수용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김 전 대표는 2012년 박근혜 캠프에서 정책을 담당했던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 등 친박 인사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여권 인사들도 공개적으로 김 전 대표가 책임총리를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학규 전 고문 역시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손 전 고문은 30일 “아는 바도 들은 바도 없어 밝힐 것이 없다”고 했다. 아직 손 전 고문에게 직접적인 제안은 없었지만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제안이 오면 검토가 가능하다”며 “아직 청와대가 책임총리에 대한 개념 조차 밝히지 않고 있어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친박이 거국중립내각 구성과 총리 임명을 주도하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야권 인사인 이들 모두 총리직을 수용할 경우 지지기반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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