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거장이라 불리는 ‘닐 세다카’의 수많은 곡들 역시 ‘명곡’이라는 칭호아래 현재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유 민 에브리씽 투미’(You mean everything to me), ‘오! 캐롤’(Oh! Carol)등. 닐 세다카를 모르는 사람도 “아! 이 노래”하고 무릎을 칠만큼 많은 광고나 방송에서 활용되어 왔다. 그런 닐 세다카의 명곡이 이번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무대 위에 오른다. ’오! 캐롤‘이라는 제목의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뮤지컬 ’오! 캐롤‘은 1960년대 미국 마이애미 리조트를 배경으로 6명의 인물을 둘러싼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그 가운데 남경주와 서범석은 20년 동안 한 여자만을 사랑해온 순정남 ’허비‘역으로 분한다.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이 바라보는 ’오! 캐롤‘은 아날로그 감성이 전하는 따뜻한 작품으로 궤를 같이 하고 있었다. 오는 11월 19일 개막에 앞서 남경주, 서범석을 통해 뮤지컬 ’오! 캐롤‘을 미리 만나봤다.
◆ 아날로그라는 불편함이 따뜻한 감성으로 이어질 때
배경이 되는 1960년대,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여기에 추억의 닐 세다카 음악까지. ‘오! 캐롤’의 작품 전체에는 ‘이날로그 감성’이 관통한다. 버튼 하나 누르면 깨끗한 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요즘과는 달리, 전축에 올린 LP판이 투박한 음질의 음악을 들려주던 그때 그 시절만 가져갈 수 있는 감성을 이 작품은 따라간다.
남경주는 “아날로그라는 것이 꽤 불편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것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다. 이 작품은 불편하기는 해도 쓴 사람의 정성이 느껴지는 손 편지 같은 극이다.”고 말하며, “예전에는 자신이 좋아한 사람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는 인내심이나 지구력 같은 것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그게 많이 사라져 버렸다. 이 작품은 예전의 그런 순수한 마음들이 많이 담겨있는 작품이다.”고 매력을 전했다.
특히, 그들이 연기하는 ‘허비’라는 인물은 이 아날로그 감성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내거인 듯 내거 아닌 내거 같은’ 일명 ‘썸’이 판치는 요즘 세상에 한 여자를 20년 동안이나 짝사랑 해온 남자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추억 속에서나 살아 숨 쉴 것 같다. 때문에 현재 공연계의 두터운 관객층으로 자리하고 있는 20~30대 관객들에게 그들이 경험해보지 않은 그 시대의 이야기가 과연 얼마나 공감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남경주는 이에 대해 “아날로그를 써보지 않았던 세대들에게도 한번쯤은 아날로그를 경험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불편해도 좋은 것들이 정말 많다. 가령, 이 극에서 허비는 지금처럼 표현도 직설적으로 하지 않고 돌려 말한다. 그게 참 신사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다. ‘편리’만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불편함이 줄 수 있는 삶의 정의 같은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서범석 역시 “극중 허비와 에스더의 사랑 이외에도, 젊은 커플이 등장한다. 그들의 톡톡 튀는 이야기는 요즘 남녀의 사랑과 별반 다르지 않다. 4~50대 관객들이 ‘나도 저랬는데’라고 공감한다면, 20~30대 관객들 역시 ‘저건 내 얘기야’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노래 역시 자극적이지 않고 따뜻한 감성이 많이 묻어난다. 그렇다고 무조건 옛날 노래 그대로 편곡을 가져가지도 않는다. 이 작품은 세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따뜻한 선물과도 같은 극으로 다가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닐 세다카’의 명곡이 주는 힘
많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그러하듯, 작품의 가장 근원이 되는 힘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음악’에 있다. 뮤지컬 ‘오! 캐롤’ 역시 ‘닐 세다카’의 21곡이 가진 힘을 고스란히 등에 업었다. 실제로 뮤지컬 개막에 앞서, 최근 한국 팬들만을 위한 기획으로 ‘닐 세다카’의 베스트 앨범이 발매되기도 했다.
‘이것도 닐 세다카 노래였어?’라고 느낄 만큼 의외의 노래가 많았다는 두 사람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그의 음악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남경주는 “사실 허비와 에스더 배우들끼리 ’유 민 에브리씽 투미(You mean everything to me)‘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 넘버가 될 거라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 곡 자체에 신파적인 느낌이 있는데, 신하고 붙여놓으니까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상황은 웃긴데 내용은 웃기고 말 그대로 ‘웃픈’ 상황에서 나오는 곡이다.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도 들을수록 정말 좋다.”고 애착이 가는 넘버를 꼽았다.
이어 남경주는 “요즘 노래가 정말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것들이 많다. 그동안 허비가 고백을 못했던 이유에 대해 털어놓으면서, 당신이 얼마나 내 인생에 중요한 사람인가를 노래하는 장면이 있다. 약간 신파적이지만, 오히려 신파적인 그 자체가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세종’ 역할을 해서 그런지 이상하게 어렸을 때부터 외국의 문물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 서범석은 “그의 노래를 들어보기는 했지만, 사실 닐 세다카가 누군지도 몰랐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닐 세다카라는 사람을 알게 됐다. 이 작품은 음악과 드라마가 절묘하게 잘 엮여 있어서 연습하면서 ‘이 작품을 정말 잘 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단순한 멜로디의 반복 속에서 그 안의 정서가 주는 여운이 있다.”고 전하며,
“‘광대의 왕’이라는 노래가 있다. 삐에로처럼 남들을 웃기고,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그 모습이 담겨있는 짠함이 있다. 그야말로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다.”고 명장면을 꼽기도.
◆ 캐릭터 싱크로율 100% 캐스팅
‘오! 캐롤’에는 허비 이외에도 에스더, 델, 마지, 게이브 등 많은 역할이 등장한다. 누구하나 칭찬하기 힘들만큼 모든 배우들이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 그 가운데 첫 뮤지컬에 도전하는 배우 이유리에 대해 두 사람 모두 성실함을 꼽으며 칭찬을 덧붙였다.
남경주는 “이유리는 성실한 친구다.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려는 모습만 봐도 너무 예쁘다. 무대 위에서 잘하느냐 마느냐는 본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프로라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다 채워서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 이런 적극성과 성실함이라면 무대에서 충분히 자신의 기량을 선보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범석 역시 “한번씩 TV드라마를 할 때마다 우리와 접근 방식이 달라서 놀라는 부분들이 있다. 공연은 캐릭터에 대해서 시간을 가지고 하나하나 만들어 가야한다면, 드라마는 바로 내일 촬영해야 하니까 짧은 시간에 캐릭터에 대해 파악해야한다. 확실히 이유리는 그런 순발력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경주는 뮤지컬에 도전하는 많은 연예인들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했다. 이제는 자유롭게 장르를 오갈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하면서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잘하는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저 제작사나 회사의 선택에 의해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옳지 않다. 공연은 많은 사람들이 두 달 이상 함께 연습을 하며 만들어 간다.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올라갔을 때, 무대만큼 공포스러운 곳도 없다. 나중에 자기 의지로 무대에 오르고 싶어지더라도 그 친구에게는 그때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는다. 그 상처를 누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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