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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 좀비기업이 뭐예요

최현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회생 가능성 없는데 정부 지원으로 겨우 버티는 기업이죠

최현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좀비기업은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정부나 채권단의 지원으로 겨우 생존해 있는 기업을 말합니다. 좀비(zombie)는 원래 아메리카 서인도 제국의 부두교 주술사가 마술적인 방법으로 소생시킨 시체들을 이르는 말인데, 스스로 생존능력이 없어 퇴출돼야 하는 기업이 정부의 지원으로 겨우 살아남아 있는 것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된 것입니다. 이를 한계기업이라고도 합니다. 한계기업은 경제여건변화로 더 이상 성장이 어려운 기업을 말하는데 이 두 용어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좀비기업(한계기업)의 정의는 이와 같지만 실제 어떤 기업이 좀비기업인가를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다분히 주관적인 의미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정의하는 통일된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정의한 한계기업의 실무적 정의를 일반적으로 사용합니다. 이 정의에 의하면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대출금의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기업입니다. 즉 연간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보다 작은 기업입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2015년의 조사대상 2만2,300개 기업 중 14.7%인 3,278개가 한계기업입니다. 다음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난 2010년 이후 한계기업은 숫자와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제조업을 제외한 해운·조선·철강·화학·도소매·전자 등 대부분 분야에서 2010년에 비해 한계기업의 비중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해운·조선·철강업의 경우 지난 5년간 두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기업 부실화 지수를 발표하는 앨릭스파트너에 따르면 미국은 5%, 일본은 2%,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도 평균 7%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부실기업 수준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얘기죠.

한계기업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자생적으로는 성장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출금의 이자조차 벌지 못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이 기업들이 생존해나간다는 것은 누군가가 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말이지요. 지원자는 정부나 채권자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정부는 정책금융이라고 불리는 자금을 통해 지원합니다.

☞ 얼마나 되나요

2015년 2만2,300개 기업들 중

14.7%인 3,278개가 한계기업

해운·조선·철강 5년새 2배 늘어

美 5%·日 2%…韓 ‘심각한 상황’

☞ 문제점은 없나요



‘밑 빠진 독 물붓기’식 지원으로

정작 도움 필요한 기업은 소외

돈 빌려준 금융기관도 큰 피해

발 빠른 ‘구조조정’만이 살길

그러나 이러한 정책금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을까요. 한 연구에 따르면 정책금융지원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잔존율만을 높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국책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금융기관 주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시점을 늦추고 인력구조조정이나 자산매각도 소극적으로 하게 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렇듯 정책금융지원의 효과는 한계기업의 생산성이나 구조조정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지 못하고 연명만 하게 하는 효과만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한계기업의 ‘연명’이 왜 문제가 있을까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제에는 자원이 유한해 가능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어차피 나아질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정책자금을 사용하게 되면 더 효율적인 투자처에 투자나 지원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경제 전체로서는 손해를 입게 됩니다.



한계기업을 연명시키는 것이 나쁜 또 하나의 이유는 자금을 대출해준 채권자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민간금융회사나 정책금융사들이 어려운 처지의 한계기업에 추가적으로 대출을 해주게 되면 담보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합니다. 자금을 대출해준 기업이 망하게 되면 금융사들은 그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이는 경제의 근간이 되는 금융기관 건전성에 상당한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단순히 실무적 기준인 이자보상비율로만 한계기업을 온전히 판단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의 경우도 한동안은 수익이 나지 않아 적자를 내는 상황이었으나 생산성을 높여 결국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어려운 상황에 있다 하더라도 그 기업이 성장 가능성이 있느냐를 판단하는 것은 정책적 개입 없이 오로지 채권금융회사의 판단에 의한 것이어야 하고 판단의 책임은 그 채권금융기관이 져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은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돕겠다고 섣불리 정책금융을 지원하면 오히려 기업은 고통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은 미루고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스스로의 자생력 키우기를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연명할 자금의 지원보다 시급한 것은 기업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도록 돕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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