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진현(42·사법연수원 31기·사진)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 부부장검사는 지난 1일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 현 시국을 개탄하는 글을 작성했다.
박 검사는 “검찰이 수사를 통해 개인의 범죄를 밝히고 더 나아가 심각한 국기 문란 행위의 구조적 원인도 밝혀야 한다”며 “검찰의 칼로 잘못된 정치·관료 시스템과 풍토를 치료해야 할 시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박 검사는 이어 법조인으로서의 반성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분노와 허탈함도 나타냈다.
그는 “현 정권 들어 법조인 출신들이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 등의 핵심 요직에 배치됐음에도 이런 사태가 방치된 점을 보면 면목이 없기도 하다”며 “평등과 정의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 청와대·정부·대학 등에서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을 외면하거나 타협·용인하고 나아가 부정에 편승하는 것을 보여 더욱 힘이 빠진다”고 분노했다.
그는 또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 행위 자체도 어이없지만 그런 사람이 수년간 국정농단을 자행하는데도 전혀 견제하지 못한 우리 정치 풍토에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검사는 “이번 사태는 국민의 눈을 가린 채 비선 실세가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라며 “특히 젊은이들과 힘없는 서민들의 희망과 꿈을 짓밟은 것”이라고 비통함을 드러냈다. 박 검사의 글이 게재되자 이에 공감을 표하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한 댓글에서는 “여론을 중시하면서도 원칙에 입각해 정도를 걷는 냉철하고 치밀한 수사로 역사에 길이 남을 명품 수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따른 댓글에서는 “현 세태와 검찰의 역할에 대해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글을 올려주셔서 후배 검사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박 검사의 용기 있는 행동에 성원을 보냈다.
한양대 법대를 졸업한 박 검사는 사법연수원 31기를 수료한 후 광주지검, 대구지검 서부지청, 서울동부지검 등에서 검사로 근무했다./이두형기자 mcdj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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