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의 열연으로 행복한 2016년 극장가였지만, 극 중 여성 캐릭터가 주체가 되어 작품을 이끌어 나간 영화는 정작 그 수가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의미 있는 행보를 보여주었던 작품들을 소개한다.
2016년 스타트를 끊은 것은 토드 헤인즈 감독,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 주연의 <캐롤>이었다. 1950년 대 뉴욕을 배경으로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 대한 강렬한 끌림을 느낀 두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캐롤>은 국내 관객들에게도 큰 울림을 전하였다.
여기에 한국의 내로라하는 감독 박찬욱의 신작 <아가씨>가 화제를 일으켰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고용된 아가씨의 하녀(김태리)의 이야기를 그린 이번 작품은 두 여성 캐릭터에 빠진 일명 ‘덕후’까지 양산하며 4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상반기에 <캐롤>과 <아가씨>가 있었다면 올 하반기에는 이 두 작품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엘르 패닝, 나오미 왓츠, 수잔 서랜든까지 할리우드의 세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이 열연을 펼친 <어바웃 레이>다.
11월 24일 개봉을 확정한 <어바웃 레이>는 단순히 세 여배우가 주인공이어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주체가 되어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열연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소녀의 몸에 갇힌 16세 소년 ‘레이’(엘르 패닝)가 자신의 본 모습인 남성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족 간의 이야기를 그린 이번 작품은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를 섬세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내어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눈부신 성장의 정점을 보여줄 엘르 패닝과 탄탄한 내공의 나오미 왓츠, 수잔 서랜든의 진짜 가족 같은 연기 또한 극의 신뢰감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칸이 낳은 천재 감독’으로 불리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신작 <단지 세상의 끝>에 출연하는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가족으로 등장한다고 하니 어떠한 존재감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끌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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