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 여는 수요일] 지붕

- 박태현作

0915A39 시로 여는 수요일




산은 지붕을 해마다 인다

묵은 기와를 걷어내고

추녀 끝에서 용마루 쪽으로 인다

기와 사이가 너무 넓으면 꽃으로 덮는다

무료한 지붕은 어디에도 없도록

바위가 있으면 푸른 이끼를 바르고

돌무지가 있으면 산새 소리로 촘촘히 엮는다

그 아래 사는 한지붕 식구들

기근에 비 맞지 않게

뿌리에 찬바람 들지 않게

해마다 청기와로 인다

청와대보다 높은 집

얼마나 노련한 기술자인지

기와 한 장 깨뜨리지 않는다

낯짝, 파렴치한 기왓장 말끔히 걷어내고

세상 푸르게 덮어 줄



투명한 손은 어디 없을까

여름내 뜨거운 햇볕과 비바람 막아주던 초록 기와들 울긋불긋 녹슬고 있다. 저 지붕 덕에 아기새들은 자라서 깃을 뽐내고, 다람쥐 식구들 알밤 껍데기 두드리며 함포고복 노래하지만 산의 이마엔 다시 주름이 잡힌다. 산은 용비어천가 새긴 기왓장들을 부수고 새 지붕 일 것을 숙고할 것이다. 추상과 북풍 참모 거느리고 도토리 한 알의 세금도 새지 않도록 쥐구멍을 막을 것이다. 내년 봄 온 생명을 깨울 연설문을 손수 쓰고 고치느라 고드름 만년필이 솔찬히 필요할 것이다. <시인 반칠환>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