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영아기형 폼페병을 진단받은 민준이는 10년 째 투병 중이다. 한국말로 하면 ‘당원 축적 병’으로 불리는 폼페병은 5만 7000명당 1명꼴로 걸린다고 알려져 있고, 국내 확진자가 40여 명에 불과한 희귀난치병이다.
생후 3주 만에 이 병을 진단받은 민준이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스스로 걸어본 적 없이 침상에 누워 생활한다. 햇빛을 보지 못해 티 없이 맑은 피부. 고무처럼 휘고, 앙상한 뼈는 자칫 잘못 하다간 엿가락처럼 부서지기 일쑤다. 심장 비대로 호흡도 원활하지 않아 늘 산소포화도측정기로 아들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엄마는 15분마다 가래를 받아내기 위해 석션을 하는 모습이 전문가 못지않게 익숙하다.
새로운 신약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2주마다 한번 씩 맞는 고가의 주사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모자(母子). 민준이는 여느 또래 10살 아이들처럼 노래를 좋아하고, 스포츠, 만화에 흥미가 많지만 하나 둘 생겨나는 합병증으로 늘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언젠가 엄마의 바람대로 휠체어를 타고 세상을 활보하는 민준이의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까?
민준이와 같은 병으로 큰 아들을 일찍 하늘나라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엄마는 그렇게 큰 아이를 가슴에 묻었다. 그리고 다시 선물받았다는 둘째 민준이 역시 폼페병을 진단받았다. 왜 이런 일이 두 번씩이나 생긴 것인지 엄마는 하늘이 야속했지만, 이내 마음을 잡은 후 잠든 민준이 손을 잡고 하늘의 별이 된 큰 아이와 약속을 했다. “엄마가 동생은 꼭 살릴게”
10년이 지난 지금, 엄마는 큰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에 2시간씩 쪽잠을 자면서 밥 한번 제대로 먹지 못하고 민준이를 보살피고 있다. 친구를 만나기도, 마트에서 장을 보기도 엄마에겐 쉽지 않다. 면역력이 약한 민준이 때문에 누구 한 명 쉽게 집에 불러들일 수도 없다. 하지만 폼페병의 신약이 개발되길 바라며 엄마는 오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번 주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서는 민준이와 민준이 엄마의 얘기를 통해 우리 곁에 살아가는 장기 희귀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짚어본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