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누가 유기동물센터에서 개를 분양받아 먹을 생각을 할까 싶었다. 특히 대형견은 목욕시킬 엄두조차 내지 못할 만큼 인력이 부족하기에 단순히 생각해도 ‘먹고 싶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오일장에 몇 번 다녀온 뒤 고정 봉사자들의 우려가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많은 오일장에서 새끼 강아지를 파는 매대 근처에서 개고기를 팔고 있었다. 함께 파는 경우도 봤다. 심지어 어디에서 데려왔는지 포메라니안을 가둬놓고 파는 경우도 목격했다.
복날이 가까워졌다. 봉사자들은 더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대형견의 분양이 있으면 미용하다 말고서라도 뛰어나갔다. 분양자의 얼굴을 확인한 뒤 안심하고 돌아오거나 때로는 이야기가 길어지기도 했다.
대형견은 분양되는 횟수가 적다. 특히 오일장에서 새끼를 얼마 안되는 값에 팔고 있기 때문에 믹스견은 잃어버려도 굳이 찾지 않고 장이 설 때 한 마리 다시 사다 키우는 경우가 많다. 포인터와 같이 특이한 종을 제외하고는 입양차 온 사람들과 눈 한번 마주치기 힘들다. 그런 아이들을 일부러 찾는다는건 이례적인 일이다. 봉사자 입장에서 확인할 만 했다.
센터 직원들은 눈빛만 봐도 입양자의 목적을 아는 것 같았다. 때문에 의심쩍은 아저씨 몇 명은 몇 번이나 센터를 다녀갔지만 결국 입양에 실패했다. 새끼를 보려고 개를 데려간다던 할아버지도 있었다. 제주 토박이인 이승현씨가 알아듣지 못할 것 같은 사투리로 몇마디를 했더니 그냥 돌아갔다.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은 개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생각지도 못한 에피소드를 털어놓고는 했다. 서귀포에 방견단속 공고가 뜨니 노인들이 개를 다 팔아버렸다든지,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재미로 투견을 한다든지, 동네 개를 관광객이 신고해 센터에 올라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휴가차 온 사람들이 강아지를 버리고 간다는 말도 있었다. 집에서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되자 제주여행을 마친 뒤 관광지 주변에 두고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센터에 확인해보니 등록칩만 확인했을 때 딱 한번 육지에서 온 강아지가 있었다고 했다. 물론 유기견은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강아지가 대다수이기에 정확한 숫자는 알 수가 없다.
지난 2월 14일 SBS ‘동물농장’에 나온 믹스견 몽돌이 몽순이는 큰 케이지 안에서 둘이 몇 달을 함께 살았다. 방송에서만큼 애틋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둘 사이로 사람이나 다른 개가 다가서면 무섭게 짖었다. 몇몇 입양희망자가 있었으나 들개 습성이 남아 잘 잡히지도 않는 탓에 모두들 포기했다.
결국 몽순이는 방송국에 제보했다는 함덕의 맘씨좋은 부부에게 입양됐다. 집에 가서도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통에 주인 부부가 애를 먹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몽순이가 사라지자 몽돌이는 순해졌다. 그래도 데려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10월 초 센터를 방문했을 때 결국 몽돌이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복날즈음 은숙이모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분양동에 들어왔다. 끔찍한 몰골의 아이가 들어왔다며 연신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궁금해서 암컷동에 발을 들였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해맑게 웃는 아이는 두 귀가 없었다. 가위로 잘려나간 듯 했다. 직원들은 한목소리로 ‘저녀석 주인은 반드시 잡고싶다’고 말했다.
이후 암컷동에 갈 때마다 귀가 잘려나간 아이를 유심히 바라봤지만 한번도 꺼내주지는 못했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더 미안했다. 이런 아이들은 착한 새 주인이 뜬금없이 나타나고는 했다. 직원들도 봉사자들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9월 말, 추가 취재를 위해 센터에 방문했을 때 이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오, 누가 데려갔나봐요”라고 반가워하자 직원들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도 굳어졌다. “기관지가 너무 안좋아서 보냈어.” 이게 대다수 믹스견의 운명이다.
복날을 전후해 분양된 강아지의 수와 종류를 알아보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나 굳이 시도하지 않았다. 이런 사례가 복날 뿐이겠나 싶었다. 그리고 설마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믹스견도 품종견도 가족이 되면 별반 다를것이 없다. 개는 그냥 개다. 복날 이야기로 한창 시끄러울 즈음 한 센터 직원이 ‘개고기를 먹느냐’ 물었다. 심각하게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을때는 먹는다’고 답했다.
그는 “웬만하면 먹지 마요. 다른 이유보다 검역체계가 일반 가축처럼 체계적이지 않거든. 어디서 어떻게 기르다 잡은건지 아파 죽은건지 모르는 고기를 먹을 수도 있는거에요”라고 말했다. SBS ‘동물농장’에서 본 식용견 농장이 불현듯 떠올랐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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