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부동산 신탁사로부터 사업 시행자 입찰 제안서를 받을 예정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범아파트 신탁 방식 재건축 추진위원회에서 제시한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신탁사들이 참여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범아파트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한국자산신탁 단 한 곳이다. 나머지 신탁사들은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당초 시범아파트 주민들은 제안서를 제출한 신탁사 중 2곳을 선정해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입찰을 실시하기도 전에 열기가 식어버렸다.
대다수의 신탁사가 이번 입찰 참여를 포기한 것은 시범아파트 측에서 내건 조건들을 지키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시범아파트 측에서 신탁사들에 보낸 입찰 제안 공문을 보면 ‘담합이나 비리에 따른 공사비·용역비 증가 등 소유자들에 끼치는 손실에 대해서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겠으며 해당 사항 발생 시 피해보상을 위한 충분한 금액의 보험보증증권을 발행하여 교부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시범아파트 측에서 일반 시공사 선정과 같은 기준으로 제안서를 보내왔는데 신탁사 입장에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금융투자업자는 자본충실 의무가 있기 때문에 미래에 자본충실 의무를 저해하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확약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범아파트는 사업시행인가는 물론 구역지정도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입찰에 참여 의사를 밝힌 한자신도 시범아파트에서 제시한 모든 조건을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자신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제안한 사업장이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참여할 예정이지만 신탁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부분들만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24일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같은 날 신탁사를 초청해 신탁 방식 재건축 사업설명회를 가졌던 공작아파트는 12월10일 신탁사로부터 입찰 제안을 받는다. 공작은 전체 가구 수가 373가구밖에 되지 않아 시범아파트에 비해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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