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의 시국선언이 잇따르는 과정에서 외부 단체를 개입시키거나 수준 미달의 시국선언문으로 학내 반대 여론에 뭇매를 맞은 대학의 총학들은 재당선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부 대학 총학들은 학생들의 반발로 총학 선거 일정도 짜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시국선언으로 논란을 빚은 대표적인 대학은 부산에 위치한 인제대다. 인제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31일 총학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지를 통해 “대표성을 띤 학생회 이름으로 시국선언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적 선동으로 비칠 수 있어 중립을 지키겠다”며 시국선언 불참을 선언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내 의견 수렴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반발하자 인제대 총학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에 나섰고 같은 날 인제대 재학생 1,055명은 학생 일동의 이름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내년도 인제대 총학 선거는 오는 16일부터 17일까지 치러진다.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시국선언으로 총학 탄핵 사태까지 겪은 고려대는 다음달 7일부터 9일까지 내년 총학 구성을 위한 본 투표를 진행한다. 현 고려대 총학은 지난달 26일 고려대 SNS 홈페이지에 올린 시국선언문에서 ‘백남기는 죽이고 최순실은 살렸다’는 문구로 고(故) 백남기씨 사태를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 짓고 학내 시국선언에 민중연합당·노동자연대 등 외부 운동권 단체의 참여를 명시했다가 참여 대상과 시국선언의 목표를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하는 학생사회의 반발을 불러왔다. 학내 구성원들은 총학에 대한 탄핵안까지 발의했지만 고려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부결됐다. 하지만 학생 사회는 여전히 총학의 소통 부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 사회의 내홍으로 아예 총학 선거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대학도 있다. 용인대는 지난달 30일 용인대 SNS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시국선언문이 한양대 로스쿨의 시국선언문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발생 3일 후인 이달 2일 이창준 현 총학생회장이 SNS 총학생회 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했지만 시국선언문 표절에 항의하는 구성원들은 용인대 SNS 홈페이지에 총학을 비판하는 글 300여개를 올린 상태다. 10일에는 학교 본부에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의 징계를 요구하는 탄원서까지 올라왔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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