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제조업 기반으로 미국 경제의 중심지였지만 세계화의 반작용으로 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러스트벨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지역에서 위스콘신·미시간 등은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면서 판세를 뒤바꿨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러스트벨트가 트럼프를 선택한 것이 이번 대선의 향방을 결정한 가장 큰 요소였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러스트벨트에 포함된 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등에서 모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이 지역에서 많게는 3~5%포인트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오하이오에서 52.1%대43.5%로 10% 가까이 앞섰다. NYT는 러스트벨트 4개 주에 포함된 선거인단 수만 64명이라며 이 지역들의 결과가 발표된 순간 트럼프의 백악관행이 사실상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날 개표가 완료된 미 대선 최종 결과에서는 트럼프가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클린턴은 232명의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민주당에 충격적인 사실은 러스트벨트 중 위스콘신과 미시간 같은 전통적 텃밭도 클린턴에게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클린턴 캠프는 다른 러스트벨트에서는 패배하더라도 노동조합에 가입된 노동자가 많아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해온 두 곳에서만큼은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선거함을 열어보니 트럼프 당선인이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 각각 47.9%와 47.6%를 얻어 46.9%와 47.3%에 그친 클린턴 후보를 간발의 격차로 앞섰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경선 막판에 두 지역에 유세를 갔을 때 시간 낭비라는 지적이 있었을 만큼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며 클린턴 캠프로서는 가장 뼈아픈 패배라고 전했다.
러스트벨트가 트럼프를 선택한 것은 세계화로 소외된 이 지역 노동자들의 분노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러스트벨트는 과거 미 경제 호황기 시절 제조업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을 해왔지만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화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지역의 공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자 중산층이 몰락했다. NYT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맺은 무역협정을 폐기하는 등 반(反) 세계화를 주장하고 해외 공장을 국내로 귀환시키겠다고 밝힌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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