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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시대] '찍힌' 실리콘밸리도 조마조마

이민정책 등서 트럼프와 갈등

와이컴비네이터 등 IT 기업들

"보복정책 펼칠라" 전전긍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정보기술(IT) 1번지인 실리콘밸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민정책 등 다양한 사안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갈등을 겪어온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백악관에 간 트럼프가 자신들을 옥죄는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들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스타트업 육성 업체 와이컴비네이터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인터넷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내 인생 최악의 일”이라고 밝혔고 클라우드서비스 업체 박스의 에런 레비 CEO는 “트럼프를 뽑은 미국 시민들은 미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놀라는 것은 대선 기간 내내 이 지역 IT 기업들이 트럼프와 갈등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의 반이민공약들은 세계 각지의 IT 인재를 흡수하는 실리콘밸리의 인력정책과 정면 배치된다. 실제 WSJ에 따르면 구글·애플 등 실리콘밸리 주요 IT 기업의 엔지니어 중 상당수는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온 이민자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을 강화하려는 것도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는 달갑지 않은 내용이다. 지난 7월 애플 공동 창업자였던 스티브 워즈니악 등 실리콘밸리 창업가 145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혁신과 성장을 막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결과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정치자금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몰아줬다. CNBC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기업 직원 개개인이 클린턴에게 기부한 금액은 300만달러(약 34억원)에 달한 반면 트럼프에게는 불과 5만달러(약 5,700만원)만 기부해 약 60배나 차이가 났다.



대통령 자리에 오른 트럼프가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실질적인 보복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벤처투자자인 서빈 피시바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해외 이민자를 막고 제조업에 집중된 정책만 집행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이는 IT 기업들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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