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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트럼프의 승리, 시장에 던진 교훈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




“TRUMP TRIUMPHS”,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9일자 머리기사 표제어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는 대이변이 연출됐다. 거침없는 인종차별, 성차별적 발언으로 같은 당 주류 의원들의 지지 철회가 이어졌고 선거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은 힐러리 클린턴의 낙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불과 5개월 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투표 때를 연상시키듯 예측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가 대중들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트럼프 지지에 침묵했던 ‘Shy Trump(샤이 트럼프·자기의사를 숨긴 지지자)’가 그 이유다. 이들은 본인 생각이 다수의 생각임을 알지 못한 채 부끄러워하며 숨기고 있었다. 금융위기 이후 깊어진 양극화에 대한 불만,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뺏긴 저소득층의 박탈감 등 내재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대중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급진적이고도 도발적인 해결책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종의 군중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들의 불만 역시 사회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도 사실이다.

군중심리라는 용어는 여러 사람들이 모인 집단 내에서 개인들이 쉽게 동질화된다는 의미로 부정적인 맥락에서 자주 쓰인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는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이며 경험을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고 긍정적으로 발현될 경우 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강력한 힘을 갖는다. 집단을 이루는 개인의 대부분은 현명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으며, 시행착오가 있어도 그 과정에서 자기발전이 이루어진다. 브렉시트든, 트럼프든 향후 역사적 평가를 차치하고라도 신중한 사고와 진지한 노력이 발현된 일대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몸담았던 필자도 주식시장의 군중심리가 예측 불가능하고 단기적 시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특정 주식은 분석된 가치보다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다. 주가란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기업의 가치인데 현재 데이터로는 그 주가가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경우다. 그런데 얼마 후 그 기업이 현재의 높은 주가 수준을 반영해서 성장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개별 기업으로만 보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전체 주식시장은 현명한 다수의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보호무역 강화 등 새로운 트럼프 시대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겠지만 미국의 적극적 재정 지출과 인프라 투자 확대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부분적으로는 정치적 불안정 요인들이 일시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겠지만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장탄식의 시간조차 아깝다. 역사는 결국 낙관론자에 의해 주도되는 것 아닌가.

서명석 유안타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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