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들이 20일(현지시간) 폐막한 24차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무역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무역 정책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어서 향후 APEC과 미국의 무역 갈등이 우려된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21개 APEC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 19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페루 리마에서 열린 24차 정상회의 폐막식에서 자유무역주의를 지키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APEC 정상들은 성명에서 “글로벌 사회에서 세계화 통합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라는 새로운 도전과제가 나타났다”며 “APEC은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정상들은 “개방된 시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유로운 무역을 약화해 국제 경제의 회복을 늦추는 보호무역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약속을 재천명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상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이 느리고 불균형하게 진행됨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경제성장률 저하, 높은 금융 변동성, 원자재 가격 급락, 불평등과 고용상황 악화, 국제 무역 성장세 둔화가 있었다”며 “글로벌 무역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경쟁적 목적으로 환율을 설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APEC 회원국들은 이번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보호무역 정책 기조에 맞서겠다는 뜻을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발효가 어려워지자 이번 정상회의서 APEC이 보호무역주의 대두를 가장 큰 어젠다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TPP를 미국 국내 일자리를 잠식하는 ‘최악의 협정’이라고 거듭 비판하며 폐기를 공식화한 상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와 함께 취임 첫날 자국 일자리와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수정 또는 탈퇴를 선언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TPP를 포함한 자유무역 강화 추진을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남기려 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APEC 회의서 보호무역에 대한 경계심을 거듭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무역에서의 후퇴는 미국 경제의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공정한 무역을 추구해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환경 기준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미국은 TPP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해야 한다”며 “트럼프 정부가 TPP에서 탈퇴하면 미국이 글로벌 무역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고 역설했다.
APEC 정상들은 중국이 TPP의 대안으로 제시한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추진을 위한 ‘FTAAP에 관한 리마 선언’도 채택했다. 리마 선언은 “오는 2020년까지 각국이 FTAAP 실현을 위한 국내에서의 과제를 파악해 각각 준비를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또 FTAAP가 TPP와 중국이 추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기존 협정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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