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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메르켈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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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엊그제 임기 중 마지막 방문지인 독일 베를린을 찾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작별인사를 나눴다. 메르켈은 ‘안녕이라고 말하기 참 어렵다’며 안타까워했고 오바마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두 정상은 앞서 독일 주간지에 실린 공동 기고문에서 “세계화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독일인과 미국인이 협력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제 외교가에서는 곧바로 오바마가 ‘뒷일’을 걱정하며 세계 자유주의의 리더십을 메르켈에게 위임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세계 정세가 급변하면서 메르켈의 리더십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글로벌 각자도생 시대가 열리면서 그나마 기댈 곳은 메르켈의 지도력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은 탓이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메르켈의 독일이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는 ‘팍스 게르마니카’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고 진단했을 정도다. 여기에는 물론 화합과 포용으로 대변되는 메르켈의 무티(mutti·엄마) 리더십이 확고히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메르켈은 독일 정계에서 ‘뭐든지 먹어치운다’는 별명을 갖고 있다. 기독교민주당의 메르켈이 야당인 사회민주당·자유민주당과 수시로 정책 합의를 이끌어내는 연정을 구축함으로써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와 정책 실행력을 높이는 효과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원전문제나 징병제처럼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 상대진영의 어떤 주장이라도 거침없이 먹어버리는 합리적 실용주의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올해로 집권 11년 차에 들어선 메르켈이 4연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 난민사태로 지지율이 다소 꺾이기는 했지만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최장기 집권 16년과 맞먹는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메르켈은 국정을 책임진 후 주름살이 더욱 깊어졌다고 한다. 요즘 같은 난세일수록 메르켈 같은 넉넉한 지도자가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지구촌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일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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