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국회 추천 국무총리 인선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잊고 있던 ‘김병준 카드’가 대안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다만 두 야당이 그동안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에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민주당은 선(先)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의당은 탄핵 정국에 돌입하기 전 국회추천 총리를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를 어제 거둬들인 마당에 아마 (국회 추천 총리) 자체가 수용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박 대통령 퇴진이 (총리 추천에 앞서)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정치력을 발휘해 총리를 선임하는 일”이라며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되면 대통령 권한대행은 현직 (황교안) 총리가 맡게 되는데 그랬을 때 야당은 무엇을 할 것인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만약 두 야당이 총리 추천에 협의하지 못하고 탄핵을 추진한다면 권한대행은 황 총리에게 넘어간다. 야권이 그동안 황 총리를 박 대통령과 함께 물러나야 할 인사로 꼽아온 만큼, 이는 야권에서 우려하는 선택지다. 새 총리를 국회가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야권 내 대선주자들간 의견일치가 가능할지 의문인데다 새누리당까지 합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야권 일각에선 ‘김병준 카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황 총리 체제를 막고 새 총리 추천 기간을 줄이려면 기존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빠르게 실시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 총리) 지명 절차를 줄이기 위해 ‘김병준 카드’가 아직 있으니 그것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온 야당으로서는 갑자기 찬성으로 돌아서기 애매한 상황이다. 청와대 역시 ‘대통령 퇴진’이 전제된 책임 총리는 어떤 후보자든 반대한다는 입장이어서 실제로 걸림돌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 부대표도 “야당에서 다 안 된다고 했는데 인사청문회를 하면 대통령의 의사에 굴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며 “뱉은 말이 있어 쉽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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