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최근 이슈가 된 문화계 성폭력 사태에 대해 파헤쳤다.
지난 10월 중순, 문화예술계 인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고발글로 SNS전체가 도배됐다.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 유명 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국내 유수의 잡지 영화평론가는 물론이고 업계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다수의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되어 더욱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21일, 자신을 전 출판계 관계자라고 밝힌 A씨는 소설 ‘은교’의 저자 박범신 작가의 성추문 고발글을 SNS에 올렸다. ‘PD수첩’은 A씨로부터 그날밤 사건의 내막을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박범신 작가가 회식자리에서 함께 있던 여성들을 ‘은교’라 부르며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을 가했다는 것.
“너는 늙은 은교, 젊은 은교, 어린 은교....그렇게 말하면서 누군가는 몸집이 작아서 누구는 약병아리라 먹지도 못해라고...(중략) 회사 이익을 위해서. 제가 잘리지 않기 위해서. 더 잘 팔리는 책을 팔기 위해서 감수해야 되는 거죠...”
-박범신 작가 성희롱 피해자 A 인터뷰
지난달 26일에는 B시인이 도마에 올랐다. 고발자 6명은 경기도 소재의 예술고등학교 재학시절, B시인으로부터 성추행,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SNS에 게시했다. ‘PD수첩’은 해당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사건 내용과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학계 뿐 아니라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미술계 내 성폭력’, ‘영화계 내 성폭력’ 등의 이름을 빌려 수많은 성폭력 폭로가 쏟아졌다.
그러던 중 국내 유명 영화잡지의 C평론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례자가 등장했다. 이번 피해 역시 고발자가 ‘미성년자’ 였던 때에 발생했다. ‘PD수첩’은 어렵게 연락이 닿은 D씨로 부터 상세한 피해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C평론가가 D씨와의 성관계 도중 사진 및 영상을 촬영하였고 그것을 불법 음란물 사이트에 올렸다는 것.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그 죄질이 매우 나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가중처벌 받도록 되어있다. 이번 사태 이후 에 제보된 가해자들의 숫자만도 20여명에 이른다.
“지금 한국 사회의 흐름 자체가 여성 차별이나 성차별, 성폭력 등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평등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세대들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은 겁니다. 세상이 변했다 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이나영 교수
SNS를 통한 폭로전의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르자 가해자로 지목된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대부분 인터넷에 즉각 사과문을 올렸다. 나아가 절필 및 활동 중단을 선언하거나, 다니고 있는 직장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숨죽여 사후 처리를 지켜보던 피해자들은 이에 대해 안일한 대처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법에 의한 처벌을 피하고, 논란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리기 위한 자기 방어적 행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문학계나 미술계, 영화계 등에서도 가해 예술인들을 상대로 뾰족한 제재나 법적 조치를 내놓지 않고 침묵해 논란을 키웠다.
[사진=MBC 제공]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