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김 전 비서실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부두목으로 밝혀지고 있다. 김기춘은 1987년 육영재단 분규 때 이미 최태민 측과 수차례 만났다”며 김 전 실장이 최 씨 일가와 30년간 교류한 사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 전 실장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직(2013년 8월~ 2015년 2월)할 때도 최 씨의 비리를 눈감거나 도와줬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김 전 실장은 최 씨 소유의 서울 신사동 미승빌딩 6~7층을 지난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부터 비서실장에 임명되기 직전인 2013년 8월까지 사무실로 사용하며 박근혜 정권 초기 국정의 청사진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미승빌딩 6~7층은 직전까지 최 씨가 살림집으로 이용하던 공간으로 지하주차장에서 전용 엘리베이터가 연결돼 남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볼 때 최 씨와 김 전 실장의 관계는 단순한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지난 2006년 독일을 방문할 때 최 씨와 김 전 실장이 동행했다는 설도 있다. 고(故) 성완종 회장은 당시 김 전 실장에게 미화 10만 달러를 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2013년 저도로 휴가를 갔을 때 최 씨와 김 전 실장도 저도에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은 휴가에서 돌아와 허태열 비서실장을 김 전 실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김 전 실장은 일본차병원에서 면역세포 치료도 받았는데 이를 소개한 곳이 최 씨가 주요 고객인 차움인 것으로 알려졌고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메모에는 2014년 12월 김 전 실장이 정윤회 문건 사건을 조기에 종결토록 지도하라고 언급했다는 대목도 있다.
종합하자면 김 전 실장과 최 씨의 관계를 의심할만한 정황과 증언은 끝도 없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야권은 최근 청와대의 버티기 전략을 막후에서 수립·지시하는 사람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김 전 실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 정국의 흐름을 또 한번 바꿀 대형 비리나 정치 공작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을 모른다. 만난 일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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