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서부 레만호(湖)의 휴양지 몽트뢰에 가면 최고급 휴양시설을 만날 수 있다. 85년 역사를 가진 ‘라 프레리’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회춘’ 치료. 양의 태아에서 살아 있는 세포를 추출해 사람에게 주사하는 프로그램과 면역 증강, 피부 항산화 치료 등 6일간 치료를 받는데 비용이 무려 2만5,530스위스프랑(약 2,600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시절 교황이었던 피우스 12세가 이곳에서 진료를 받았고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 독일 출신 미국 영화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 영국의 가수 데이비드 보위 등도 이용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젊음을 되찾는 데 비용과 명성은 결코 장애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회춘 욕망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다른 표현이다. 그러기에 젊음의 묘약을 찾기 위해 때로는 과격한 도전과 이해 못할 광기가 나타나곤 한다. 프랑스 신경생리학자인 브라운 세카르가 72세의 나이에 강아지와 돌고래의 고환을 으깨 용액을 짜낸 후 자기 몸에 주사한 것이나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가 남자 3명의 피를 정맥에 수혈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16세기 프랑스 국왕이었던 프랑수아 1세는 회춘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이집트에서 미라를 대량 수입해 가루로 분쇄한 후 복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세카르는 수술 후 5년 만에 세상을 하직했고 교황 인노켄티우스도 수술 직후 목숨을 잃었다. 회춘을 한다는 게 오히려 죽음을 앞당긴 꼴이다.
청와대가 2014년 이후 마늘·감초·비타민 등 수액 주사와 태반주사 등 의약품 약 1,500개를 구입했다는 소식이다. 주로 피로 해소나 잔주름 개선 등에 쓰이는 주사제들이다. 청와대에서는 “경호원 등 청와대 근무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했다”고 해명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리처방 의혹이 제기된 후 밝혀진 사실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진실이 무엇이든 확실한 것은 젊음을 되찾는 것보다 아름답게 늙는 게 더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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