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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가 뿌린 현금, 기업 배만 불렸다

ECB 회사채 매입 불구 투자 감감

유로존기업 예금액 22년래 최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AFP연합뉴스




경기부양을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에 뿌린 현금이 투자와 소비로 이어진 대신 기업 금고에 쌓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ECB는 443억유로(약 469억달러)에 달하는 회사채를 매입했다. 그 결과 자금조달 금리는 사상 최저로 낮아졌고 투자적격 등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1999년 유로 출범 이래 최대인 1,162억유로로 늘었다.

하지만 회사채 발행으로 기업들이 확보한 현금이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과거 1년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기업의 예금액은 22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 예금은 현금흐름과 비용지출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ECB발 회사채 매입 자금을 비롯한 수입에 비해 지출이 적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 기간 유럽 비금융기업들의 보유현금 규모는 지출 대비 3,150억달러나 많았다. 미국의 경우 같은 기간 보유현금이 지출보다 430억달러 적었던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아울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경우 보유현금의 25%를 자사주 매입에 썼지만 스톡스유럽600 기업은 5%만 동일한 용도로 활용하는 데 그쳤다.



유럽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역시 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감소하는 등 넘치는 현금에도 투자는 오히려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그룹의 한스 로렌젠 유럽 신용 수석전략가는 “유럽 기업들이 여전히 (투자에) 소극적”이라며 “ECB 회사채 매입으로 기업 행태가 바뀌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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