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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케이블TV 권역 폐지 - 반대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지역정보 제공 매체로 차별화해야

종합유선방송(SO)의 지역 사업권이 인정되는 방송구역을 없애는 정부방안을 두고 방송통신사업자 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유료방송 발전방안으로 현재 전국 78개의 SO 사업권역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케이블TV는 SO 사업권역 폐지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케이블TV 사업권역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20년 전 만든 권역제도가 케이블TV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유료다채널방송 중 유일하게 케이블TV에만 적용되고 있는 권역 개념이 디지털융합시대에도 걸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케이블TV가 지역 밀착형 정보제공자로서 역할이 분명히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 논리만을 내세운 방송권역 폐지는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케이블TV는 영어로 ‘CATV’로 표기된다. ‘Community Antenna Television’의 약자다.

CATV라 불리는 케이블TV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지역 공동체 TV쯤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지금은 다양한 다채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애초 케이블TV는 지상파방송 수신이 원활하지 않은 지역에 지상파방송 서비스를 재전송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유선을 설치해 케이블TV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초기 케이블TV의 시작이었다.

자연스럽게 케이블TV는 서비스 지역마다 지자체 관리시설인 도로·전신주 등의 관로를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지역 독점적 프랜차이즈 사업자로서 케이블TV 사업자들의 등장 배경이다. 현재 국내 종합유선방송(SO)은 78개 지역에서 사업구역별로 허가를 받고 방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사업권 부여에 대한 법적 근거는 방송법 제12조 지역사업권 조항에 따른 것으로 구체적인 78개 지역사업구역허가는 고시로 규정돼 있다.

지난 1995년 국내에 케이블TV가 도입됐을 때만 해도 이러한 케이블TV의 지역 독점적 사업권 부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2000년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과 2008년 인터넷TV(IPTV) 사업자와 같이 전국을 방송권역으로 하는 사업자들이 등장하면서부터 케이블TV의 권역 문제가 쟁점으로 대두하기 시작했다. 케이블방송사업자(MSO)가 전국사업권을 갖고 있는 IPTV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케이블TV의 사업권도 전국사업권 또는 광역사업권으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발단이었다.



그러나 케이블TV의 권역 폐지 주장에는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을 담보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케이블TV가 지금 어려움을 겪는 것이 잘게 쪼개진 권역 때문이고 IPTV가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전국권역 서비스를 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 결과라는 인식은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결과다. IPTV가 성장한 것은 결합판매 때문이다. 따라서 IPTV와 경쟁할 수 있도록 당장 케이블TV의 권역을 폐지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해결법이 아니다. 케이블TV의 권역 폐지로 IPTV와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은 마치 지자체의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지자체를 폐지하고 지자체의 행정업무를 통폐합하는 또 다른 중앙정부를 하나 더 만들어 그 둘을 경쟁시키면 보다 효과적인 행정 서비스를 국민들이 받을 수 있다는 논리와 같다. 논리적으로 보면 타당해 보이지만 실제로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2515A37 어떻게 반대


비용이 좀 더 들고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지방분권이 중앙정부가 제공할 수 없는 생활밀착형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앙정부와 차별화된 지역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오히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상호 보완적 관계로 시너지를 내고 이것이 국가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

이러한 논리는 케이블TV의 지역사업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지역방송사업자로 케이블TV는 시청자에게 지상파방송사보다 훨씬 자세하게 지역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방송사업자로의 역할이 기대된다. 케이블TV는 78개 생활권역을 대상으로 지역채널과 지역지상파방송을 제공한다. 경주 지진처럼 국지적 재난이 발생하면 지역방송사업자들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

케이블TV는 방송사업자다. 지역방송사업자로서 케이블TV는 앞으로 지역정보 제공 매체로 차별화하는 것이 경쟁력 확보의 지름길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설령 정부가 케이블TV의 사업구역을 전국화한다 해도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전국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없다. 무늬만 전국사업자로 전락할 뿐이라는 점이다. 추가적으로 비용을 내면서까지 가입자도 없는 지역에 케이블TV 사업자들이 관로를 임차해 서비스 설비를 구출할 여력이 없다. 만약 관로를 임대하지 않고도 전국사업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내준다면 시설을 구축하지 않아도 케이블TV가 전국 어디에서나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말인데 이는 케이블TV 사업자에게 돈이 되는 지역에서만 서비스 경쟁을 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케이블TV의 전국사업권 부여로 돈이 되는 일부 지역 시청자들만 보다 좋은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제공받게 된다면 방송마저 경제적 차이에 따른 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케이블TV 시청자에 대한 차별이자 지역방송 서비스의 근간을 저해하는 일이다. 심히 우려스럽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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