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그의 30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조성하는 ‘아이언맨’에 자신을 비유했다. “30대 초반까지 엄청나게 뜨거운 사람이었다. 1분도 걸어 다닌 적이 없었다”고 설명하며 “전철을 타고 가는 시간도 답답하게 느낄 정도였다. 대본 읽는 시간을 제외하면 무조건 뛰어다닐만큼 혈기왕성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며 유쾌 발랄하게 살아왔던 조성하에게 뜻하지 않은 연기 공백은 그의 내면에서 야기되는 혼란을 증폭시켰다. “30대 초반까지 누구보다 강하고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조성하는 “이후 대학로를 벗어나고 세상을 알기 시작하면서, 나 역시 이 넓은 세상에서 그저 한 미물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 인생 공부를 다시 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시간이 흘러 50대에 접어든 지금, 이제는 연기에 관해서는 ‘베테랑’ 혹은 ‘명품 배우’라는 호칭을 들을 정도가 됐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고민은 자신의 부족한 연기에 있었다. 매일 아침 눈 뜰 때마다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이 ‘왜 이렇게 연기를 못할까’, ‘연기를 더 잘하고 싶다’라고.
장세준과 조성하가 교집합을 이루는 지점에 있어서도 키워드는 연기였다. 조성하는 “두 사람 다 연기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하며 “장세준은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자라는 소리를 듣는데 저는 아직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이어 조성하는 ‘꽃중년’, ‘중년돌’이라는 자신에게 붙은 수식어에 대해서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라고 겸양을 잃지 않으면서도 ‘50대 남성’이 표현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드러냈다.
“우리나라의 내 또래 배우들은 대부분 거친 연기만 하고 있다. 우리나라 작품의 다양성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고 말한 조성하는 “한국에도 4~50대에도 슈트가 잘 어울리는 남자가 있고, 인생의 굴곡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얼굴이 있다”며 “겉모습이 멋있는 것도 당연히 좋겠지만, 꼭 거칠지 않아도 중년의 내적인 아름다움을 표출해 줄 수 있는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오랜 바람을 내비쳤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조성하는 “정계 진출 계획은 없다”며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았다. 새로운 느낌을 찾기 위해 자신을 비우는 과정과 함께 가족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는 그가 다음에는 또 어떤 연기로 신뢰를 줄지 기대를 모은다.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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