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우승 경쟁으로 뻔했던 스페인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가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춤대는 바르셀로나와 약진하는 세비야 때문이다.
리그 13라운드를 마친 28일(한국시간) 현재 레알은 승점 33(10승3무)으로 1위에서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2위 바르셀로나는 27점(8승3무2패)에 머물고 있다. 이날 레알 소시에다드 원정에서 1대1 무승부에 그치면서 라이벌 레알과의 격차가 6점으로 벌어졌다. 전체 38라운드의 리그는 벌써 중반으로 치닫고 있어 2경기 연속 무승부 기록은 팬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이 사이 세비야는 2연승하며 바르셀로나와의 승점 차를 없앴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뒤진 3위. 4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24)와 11위 에스파뇰(승점 18)의 격차도 불과 6점이다.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는 각각 9골, 8골로 득점 1위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0골·레알)를 잔뜩 위협하고 있지만 팀 성적은 차이가 크다. 이날 1대1이던 후반 31분 소시에다드의 득점은 무효 처리됐는데 심판의 오프사이드 판정이 아니었다면 바르셀로나는 3위로 내려앉을 뻔했다. 느린 화면상으로는 명백하게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2007년부터 소시에다드 원정 3무5패의 지독한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은 “비긴 게 기적이다. 승점을 따낼 자격이 없었다”고 자조했고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는 “이런 식이면 우승은 매우 어렵다”고 탄식했다. 전매특허인 거미줄 패스가 실종되면서 바르셀로나는 답답한 경기를 하고 있다. 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 삼각편대가 버텨주고 있지만 다음달 4일 열릴 레알과의 시즌 첫 라이벌전마저 그르친다면 3년 연속 우승은 일찌감치 물 건너갈 판이다. 부상 중이던 야전사령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복귀가 그나마 희소식이다.
반면 지난 시즌 유럽대항전 유로파리그 3연패를 달성한 뒤 주축 선수들에 감독까지 떠나보낸 세비야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칠레 대표팀을 이끌었던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거의 매 경기 다른 포메이션을 꺼내 들어 상대를 교란하고 지난 시즌에 앞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토크시티에서 영입한 수비형 미드필더 스티븐 은존지는 공수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2014년 우승팀인 아틀레티코를 지난달 1대0으로 꺾은 세비야가 내년 1월 레알마저 잡는다면 리그 판도는 더 깊은 혼돈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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