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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3차 대국민담화]"탄핵 피하려는 정치적 계산"...국회 자중지란 노린 반격 카드인가

[박대통령 노림수는]

사실상 탄핵 요구하던 기존 입장서 전격 선회

헌재 인용가능성 커지면서 정권이양 선택한듯

여야 합의 못하면 임기 단축 무의미해질 수도

최재경 민정수석과 허원제 정무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 발표를 기다리며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자신의 임기 등 중대 정치 일정의 결정권을 국회에 넘긴 것은 탄핵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호소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이번 담화는 ‘대국민담화’라는 제목으로 발표됐지만 사실상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기존 입장은 “차라리 탄핵을 하라”는 것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직후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면서 사실상 국회에 탄핵을 요구했다. 탄핵안이 통과된 뒤 열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법리를 다투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날 3차 대국민담화에서는 입장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제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면서 “여야가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회가 조기 대선을 핵심으로 한 정치 일정을 합의해 제안할 경우 무조건 수용하겠으니 탄핵은 멈춰달라는 요구다.

이 같은 전격적인 입장 선회의 바탕에는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억지로 임기를 채우는 것보다는 정권 이양의 모양을 갖춰 적당한 시기에 물러나는 것이 마지막 퇴로일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7일 정치권 원로들이 내년 4월 퇴진 건의를 전달하고 28일 새누리당 친박계 중진들이 ‘명예 퇴진’을 권한 것 역시 박 대통령의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청와대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더라도 헌법재판관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감안하면 심판 과정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 수사 결과 박 대통령이 측근 비리의 공범으로 적시되면서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헌재가 ‘민심’을 외면하고 법리만을 따져 판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일각에서 나왔다.



만일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물러나는 대통령으로 기록되는데 이보다는 정권 이양의 모양새를 갖춰 임기단축 형식으로 권좌에서 내려오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회의 자중지란을 노린 회심의 반격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정치 일정 결정권을 국회에 맡겼지만 국회의 4당이 의견 일치에 도달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여야가 싸움을 거듭하는 사이 시간이 내년 봄께까지 흐르면 박 대통령의 임기단축은 사실상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곧바로 다음 대선 정국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야 개헌파의 개헌 주장까지 가세되면 국회의 싸움은 내년 여름 이후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 여야가 합종연횡해 개헌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대치를 계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의 결정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담화 발표에 앞서 한 청와대 고위참모는 기자들에게 “오전 내내 전화를 못 받아 미안하다. 오전의 청와대 상황이 전격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카드를 막후에서 설계한 사람이 누구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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