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강홍석은 “성화 형이 출연한 뮤지컬 ‘영웅’을 받는데 임팩트가 컸다. 나도 저 사람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 저 형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모가 안 잘 생겼는데(?) 무대에서 너무 멋지게 보이더라. 그게 형의 큰 매력이다”고 덧붙였다 .
2011년 DJ DOC의 노래로 만든 창작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런투유)’로 데뷔해 차세대 배우 탄생을 알린 강홍석은 2012년 ‘전국노래자랑’, 2013년 ‘하이스쿨 뮤지컬’ 등으로 실력을 입증 받았다.
이후 2014년 ‘킹키부츠’ 초연에서 롤라 역을 맡아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더니 여기에 그치지 않고, 뮤지컬 ‘데스노트’와 ‘드라큘라’의 주역을 거머쥐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앙코르 무대를 올린 뮤지컬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의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아름다운 남자 롤라를 우연히 만나 특별한 신발 ‘킹키부츠’를 만들어 회사를 다시 일으킨다는 성공스토리를 담은 작품.
‘킹키부츠’에서 정성화와 함께 ‘롤라’로 분한 강홍석은 “존경의 아이콘인 성화 형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신인시절 강홍석이 제일 많이 본 영상은 정성화 배우가 부른 뮤지컬 ‘영웅’, 홍광호 배우가 부른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와 ‘지킬 앤 하이드’ 영상이다. 특히 정성화 배우의 영상을 보면서 ‘진짜 저 느낌을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정도.
강홍석은 정성화의 느낌을 살려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똑같은 대사를 치는데 나와는 다른 느낌으로 하는 걸 보고는 아. 나는 못 따라가는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그랬던 형인데 이번에 이렇게 같은 작품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다음에는 같은 역이 아닌 다른 역으로 캐스팅 돼 한 무대에 서고 싶어요.”
강홍석이 바라본 정성화는 “정말 좋은 배우”였다. 그것도 진성성 있는 호흡으로 관객을 웃길 수 있는 드문 배우 인 것.
“코미디를 잘 하는 배우 중에 말 장난으로 웃기는 경우가 있는 가 하면, 상황을 정확히 캐치해서 진짜 웃음을 유발하는 배우가 있어요. 성화 형은 후자 쪽이죠.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 상황을 만드시고 앞쪽부터 뒤쪽까지 코미디를 연결하는 라인이 진짜 정말 대단해요. 연기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배우 만이 할 수 있죠. 대단한 배우죠.”
노력파 배우로 잘 알려진 정성화의 모습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었다. 선후배의 구분 없이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 역시 정성화를 빛나게 했다.
“성화 형은 개인 연습실에서 꾸준히 노래 연습할 정도로 노력파입니다. 또 이번에 ‘킹키부츠’를 하면서, 저에게도 주저 없이 물어보셨어요. 만약 다른 선배님이 물어봤다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잘 모르겠어요’ 라고 답 했을텐데, 성화 형의 진심을 알기 때문에 ‘형 여기선 이렇게 소리를 내 보는 건 어떨까’ 라고 진심으로 말 할 수 있었어요. 형이 진심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저 역시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거죠. 진짜 그 모습을 닮고 싶어요.”
이날 인터뷰 현장에서는 ‘킹키부츠’ 선배들의 후배 사랑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초연 배우 오만석은 후배들에게 용돈을 쥐어주며 뉴욕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마음껏 보고 오라고 격려했다고 알려졌다. 여기에 재연 공연에 참석한 선배 정성화는 제주도 흑돼지로 후배들의 건강을 책임졌다고 한다.
“어휴. 오만석 형이 다 용돈 쥐어주면서 ‘공부 잘 하고 뉴욕 잘 갔다오라’ 고 하는데, 고마웠어요. 형 때문에 작품을 3개를 더 볼 수 있었거든요. 성화 형도 많이 챙겨준 선배죠. 후배들이 고된 연습으로 지쳐있으면, ‘안 되겠다. 너희들 에너지가 달린다. 빨리 제주도 흑돼지 먹으로 가자’ 고 손을 이끌었어요. 일반 돼지고기 보다 흑돼지가 2배 비싼건데 통 크게 다 사주셨어요. 또 어느 날은 양꼬치 먹으로 가자며 후배들을 웃게 했거든요. 형들이 정말 다 챙겨주셨던 작품이죠.”
최근 연기 변신을 선언한 정성화의 볼링 영화 ‘스플릿’을 곧 챙겨 볼 예정이다고 밝힌 강홍석. 그의 현재 고민은 정성화가 차기작에 대한 귀띔을 안 해준다는 것.
“형이랑 하면 뭐든지 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정말 다 좋을 것 같아요. 추후에 만약 할 수 있다면, 뮤지컬 ‘의형제’도 좋고, ‘맨 오브 라만차’도 좋을 것 같지 않아요? 형이 돈키호테를 하고 제가 산초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 ‘라카지’도 좋은데, 거기선 형이랑 다른 역할을 하려면...제가 할 역할이 없을 것 같죠?(웃음)
형 차기작을 알게 되면 넌지시 오디션을 보러가고 싶은데, 웃기만 하고 안 알려주시네요. 제 마음은 그게 아닌데.“
한편 강홍석은 뮤지컬 ‘데스노트’(연출 쿠리야마 타미야) 재연 출연을 확정, 류크 역으로 다시 돌아온다. 2015년에 초연 배우 김준수, 박혜나, 강홍석에 이어 새로운 캐스트 한지상, 벤(Ben)까지 출연을 확정지은 뮤지컬 ‘데스노트’는 1월 3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