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한 달 사이 9차례 군 관련 행보에 나서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더욱이 김정은은 최근 ‘남진(南進)’을 잇따라 언급하며 대남 위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일각에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2321호) 채택과 한미일의 독자 제재 발표에 반발,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새로 들어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도발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김정은이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 비행 지휘성원(지휘관)들의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4일 특수작전 대대 시찰 이후 한 달 사이 9차례 군 행사 참관, 훈련 지도에 나서는 등 유난히 군 행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은 대회를 참관한 뒤 “비행지휘성원들과 전투비행사들은 훈련하고 또 훈련해 일단 최후공격명령이 내리면 일격에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침략의 본거지들을 가차 없이 초토화해버리고 남진하는 인민군 부대들에 진격의 대통로를 열어주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남진’ 언급은 지난 1일 조선인민군 전선포병부대의 포병사격훈련 지시 때도 있었다. 그는 당시 “남조선 것들 모조리 쓸어버려야 한다. 포병부대들이 터져 울리는 승전의 포성은 남진하는 인민국 부대들에 날개를 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최근 군 행보를 강화하며 대남 위협을 높이는 데는 국제사회의 유례없는 대북제재·압박에 대한 시위로 풀이된다.
안보리는 지난달 30일 북한의 제5차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대북제재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4차 핵실험 이후 나온 2270호보다 북한의 자금줄 차단을 강화하며 빈틈을 메우는 데 주력했다. 한·미·일 3국은 독자 대북제재까지 발표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편 이날 김정은의 참관에는 부인 리설주가 동행했다. 리설주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월28일 평양 보통강변에 새로 건설된 미래상점에 김정은과 함께 방문한 지 9개월 만이다. 또 리설주가 공군 지휘관 전투비행술대회를 참관한 것은 2014년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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