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부결로 이탈리아 정국은 안갯속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집권 민주당이 급격히 위축되고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반유럽연합(EU)을 주장하는 극우 북부리그가 위세를 떨칠 것으로 예상된다. 렌치 내각이 추진했던 각종 개혁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정국혼란으로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몬테데이파스키데시에나(BMPS)의 50억유로 증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렌치 총리 사임으로 이탈리아의 내년 조기총선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오성운동이나 북부리그가 득세한다면 기세를 탄 반세계화·고립주의가 이탈리아를 넘어 EU 전체로 확산될 수도 있다. 아직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이탈리아의 EU 탈퇴 우려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내년 선거를 앞둔 네덜란드·프랑스·독일을 비롯한 EU 주요 국가들이 이탈리아를 주목하는 이유다.
이탈리아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는 가뜩이나 불안한 세계 경제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안으로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마비와 내수부진, 기업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밖으로는 국제교역 위축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고전하는 우리에게도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경제 컨트롤타워를 시급히 가동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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