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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밥그릇을 씻으며

- 성명진 作

0715A39 시로 여는 수요일




한 끼 분인

밥그릇 속이 깊다

밥 한 그릇이면

슬픔을 면하고

죄 짓는 일을 피할 수도 있겠지

요만한 깊이라면

발을 헛디뎌 넘어질 만한

함정이 될 수도 있겠다

나는 힘들게 살아가는 자라

밥그릇 속에 주먹을 넣어 본다

아니다

손을 펴 밥그릇을 씻어준다

톡,

두드려 주기도 한다

밥 한 그릇 버느라 애써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밥이 하늘인 것을. 슬픔을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결국 울면서 떠 넣은 밥심으로 다시 일어선다는 것을. 죄 짓지 않으려 망설여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밥이 함정인 것을. 텅 빈 밥그릇 속에 주먹을 넣어 다시 채울 것을 생각하다가, 한 끼 채워준 것이 고마워 씻어주고, 두드려주는 사람아! 가난이 찬란도 하여 흐린 세상이 다 비치는구나.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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