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말 어느 이동통신사 2차 면접장. 지원자들이 면접장에 들어서자 임원 한사람이 공 3개씩을 주며 “저글링(juggling)을 해보세요”라고 주문했다. 일순간 지원자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묻어났다. 지원자들이 하나둘 허공에 공을 던지기 시작했지만 저글링에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떨어진 공이 바닥을 굴러다니자 공을 막으려는 사람, 다른 지원자에게 공을 던진 사람 등으로 면접장은 한순간 아수라장이 됐다고 한다.
모 전자업체 합숙 면접장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면접관이 별 모양이 찍힌 뽑기 사탕 과자를 한 개씩 나눠주고는 별 모양 그대로 남기며 먹어보라고 한 것이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지원자들은 사탕 과자에 침을 바르기 바빴다. 응시자들에게 갑자기 물구나무서기를 시키는 기업도 있었다. 매년 취업 시즌에는 이처럼 지원자를 당황시키는 면접을 실시하는 곳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기업들이 황당하기까지 한 면접을 하는 이유는 순발력·창의력을 테스트해보려는 의도이지 싶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얼마나 허둥대지 않고 대처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하지 못한 질문이나 요구를 통해 지식과 경험·고난을 견디는 인내심 등을 짐작해볼 수도 있다. 해마다 엉뚱 면접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런 매력 탓일 게다.
간장 메이커 ‘샘표’가 9일까지 치러지는 올해 신입사원 공채 면접전형에 젓가락질 심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3년 전부터 신입사원 연수에서 젓가락 사용법 등의 교육을 실시해왔는데 이번에 아예 면접 과정으로 포함시켰다. 한국 식(食)문화를 지키려는 기업철학이 반영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젓가락을 올바르게 사용하는지, 젓가락 문화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모양이다. 당락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벌써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찬반 여부를 떠나 그러잖아도 힘든 취업 준비생들에게 부담이 하나 더 생겼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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