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가 갈림길에 섰다. 9일 국회에서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있어서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국내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격랑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호는 ‘최순실 덫’에 걸려 꼼짝을 못했다. 국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와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고 집권 여당은 혼돈 그 자체였다. 국내 경제를 이끌어온 삼성·현대자동차 등 9개 대기업 오너들은 ‘최순실 청문회’에 불려 나오느라 사전준비 등을 합쳐 한 달 이상 발이 묶였다.
탄핵안 표결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말 암울해질 수 있다. 하지만 표결 이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이 그저 그런 나라에 계속 머무느냐 아니면 선진국들도 우러러보는 강국으로 발돋움하느냐가 결정될 수 있다. 국민들은 이미 지난 여섯 차례의 주말 촛불집회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한 외신은 “축제 같은 평화시위”라고 전 세계에 타전했다.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를 벗고 한 단계 도약하느냐 마느냐의 관건은 ‘법대로’를 관철할 수 있느냐 여부라고 국가원로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탄핵 표결 결과에 따라 헌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밟아나가면 법도가 통하는 나라가 돼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도 이번에 우리를 새로 봤을 것”이라며 “이번 고비를 잘 넘기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여당·야당 할 것 없이 어떤 결과가 나와도 감정표출을 자제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탄핵까지 오게 된 것은 오로지 시민들의 힘 때문이었다”라며 “야당에서 국민추천 총리를 세워야 한다고까지 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법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대한민국이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 때문에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질 리 없고 굴러떨어질 나라도 아니다”라고 힘을 보탰다. /김홍길기자 wha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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